여야, 법사위서 정면충돌
李 징역 2년 구형에 형법 개정 추진
수사 방기·증거 은닉 등 제재 담아
“김여사 명품백 무혐의 처벌해야”
내주부터 검사 탄핵 청문도 재개
韓 “국민, 안달복달하는 이유 궁금”
李 “현 정권은 반대 세력 탄압만”
검찰이 지난 대선 때 고 김문기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몰랐던 사람이라고 거짓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하자 민주당은 검찰 저격 법안인 ‘법 왜곡죄’ 추진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를 수사한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관련 청문회도 강행할 방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검사들에 대한 보복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질타했다.
 | 법사위 또 공방 2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왼쪽)이 안건 상정을 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구형 직후 입법공세
여야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신설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이 법안은 검사나 경찰관이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이 인정되는데도 기소하지 않는 경우, 증거를 은닉·조작하는 경우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표의 각종 혐의와 증거가 조작됐다는 야당의 시각이 담겨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행위와 주가 조작 의혹도 동시에 겨누는 성격이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대장동 변호인단’ 출신이다.
이 대표의 ‘복심’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변호하다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다.
이 의원은 검찰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행위를 무혐의 처분하고 주가 조작 의혹은 기소하지 않은 점을 들어 “검사는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이 법은 검찰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국민의힘은 곧장 ‘이재명 방탄법’이라고 맞섰다.
곽규택 의원은 “법률 적용이 왜곡됐는지를 과연 누가 판단할 수 있나”라며 “결국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이 대표를 기소한 검사와 유죄 선고를 할 판사를 겁박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고 맞섰다.
장동혁 의원도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경우는 직무유기에, 증거 은닉·조작의 경우도 다른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별도의 죄를 신설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법안은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로 회부됐다.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가운데) 위원장이 유상범(오른쪽) 국민의힘 간사,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불러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검사 탄핵 청문회도 재개
야권 인사를 수사한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을 겨냥한 청문회도 재개된다.
지난달 김 검사에 이어 박 검사 청문회가 다음 달 2일 열린다.
민주당은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에게 허위 진술하라고 회유·강제해 탄핵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지검 근무 당시 술에 취해 청사 내에 대변을 바르는 추태를 부린 점도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다.
박 검사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를 전부 부인하는 입장이다.
대변 추태 의혹을 유포한 이성윤·서영교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 등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이 전 부지사 배우자인 백정화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조재연 변호사 등이 채택됐다.
앞서 열린 청문회에 김 검사가 불출석한 만큼 박 검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법원의 첫 선고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당 지도부의 신경전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고 재판 불복하지 말자는 말씀을 드린다”며 “재판에서 당당하게 거짓말 아니라고 하고 왜 그렇게 안달복달하는지 국민들은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민주당을 질타했다.
야당의 검사 탄핵 추진을 두고는 “속 보이고 시끌벅적하게 사법 시스템을 흔드는 것은 대한민국을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야당을 향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즌2 입법까지 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국회 권력으로 검찰을 협박하고 사법 시스템을 뒤흔들어도 진실은 가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이 대표는 “본인들 의사에 반하는 입장이나 세력에 대해 탄압하고 억압하는 것이 거의 전부”라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그렇게 죽이려고 현해탄에서 수장하려고 했던 박정희 정권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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