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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압록강 인근 지역에서 큰 홍수로 주민 수천명이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고질적인 홍수와 가뭄에 시달리는 건 기반 시설이 부족한 탓이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해 현장에서 피해를 막지 못한 간부들을 크게 질책하고 나섰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폭우로 압록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주민 5000여 명이 고립 위기에 처하자 군에 구조를 지시하고 전날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조용원·박태성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동행했고. 현장에선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이 김 위원장을 맞았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수해 현장으로 보이는 한 마을은 집집마다 지붕까지 물이 차올랐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렉서스로 추정되는 대형 SUV를 타고 피해 현장을 직접 살피는 모습을 게시했다.
그가 탄 차량의 바퀴도 모두 물에 잠긴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비행장에 도착한 뒤 군 지휘관으로부터 주민 구조 상황을 보고받았고, 주민들을 구조한 헬리콥터가 비행장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인민복 차림으로 비행장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홀로 앉아 있거나, 상의를 풀어 헤친 모습도 포착됐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조건 구조하라고 주문했으며,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지역에 남은 사람은 없는지 정찰을 다시 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전했다.
국가기관과 지방 간부들을 향해서는 질책을 쏟아냈다.
지난 22일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폭우·홍수·태풍 대책을 마련하라고 여러 번 지시했는데도 예방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인민의 생명안전을 담보하고 철저히 보장해야 할 사회안전기관의 무책임성, 비전투적인 자세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며 "주요 직제 일군들의 건달사상과 요령주의가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특히 구조작업에 군을 동원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재해방지기관에서 구조 수단 하나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고 거듭 질책하기도 했다.

이어 "자연재해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연의 탓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하며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재해방지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달라붙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며 요행수를 바라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찾은 평안북도를 포함, 자강도·양강도의 압록강 인근 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선포하고 내각과 위원회, 성, 중앙기관, 안전 및 무력기관에 피해방지와 복구사업 총동원령을 내렸다.
앞서 북한에는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평안북도와 자강도에 폭우가 쏟아져 지난 25일 0시부터 28일 오전 5시 기준 원산에 617㎜, 천마에 598㎜의 많은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