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57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기간 내내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 등에 대한 규탄 및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 발신에 주력했다.
다자회의가 연이어 개최된 27일(현지시간) 조 장관은 회의장에서는 물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따로 만나 면전에서 북·러의 불법적 밀착에 대한 한국의 엄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 끝에 나온 아세안 외교장관들의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한 우려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공동성명에 북·러 밀착에 대한 경고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7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중 하나인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직후 열린 약식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조 장관은 “회원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으리라는 단호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조 장관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북러 군사협력 등을 통해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한반도·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의에는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일본, 중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 자금원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AS 회의가 종료된 뒤 조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따로 약식회동을 했다.
이날 연달아 열린 EAS 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사이에 만나 한반도 상황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급히 결정됐다.
외신에 따르면 라프로프 장관은 이날 EAS 회의 도중 조 장관 측이 회담을 요청함에 따라 “할 말이 있어서 회의를 요청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들을 것”이라며 회동에 응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국이 점점 더 깊이 (미국에) 끌려들어 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공개적으로 전달할 것”이라며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북한을 고립시키고 벌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 미국의 한반도 책략 탓”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미국 핵 자산 관련 공동 계획을 우려한다고도 언급했다.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조 장관은 별도로 가진 라브로프 장관과의 약식회동에서 최근 북·러의 협력이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데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혔고, 라브로프 장관은 기존의 러시아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대화한 것은 올해 초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저녁 아세안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지난 25∼26일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회원국들은 공동성명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비핵화된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관련 당사국 간 지속적인 평화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 탄도미사일 발사가 급증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성명은 당사국 간 평화적 대화에 도움이 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ARF와 같은 아세안 주도 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최근 위협 요소인 북·러간 군사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규탄은 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비엔티안=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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