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金여사 문자’ 논란 일파만파
당권주자들 ‘배신자 프레임’ 덧씌우기
韓측 “본질은 읽씹이 아니라 문자 유출”
당초 알려진 문자 앞에 ‘그럼에도’ 빠져
일부 언론, 내용 공개… 韓 “아직 미확인”
당 선관위 “당 화합 저해행위 단호 대응”
대통령실 “전대 일절 개입·간여 않을 것”
호재 만난 野 “국정농단으로 번질 수도”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의 한복판에 ‘김건희 여사 사과 의향 문자’ 논란이 돌출하면서 당 안팎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한동훈 후보가 문자 메시지 내용이 왜곡됐다며 선을 그었지만, 다른 당권주자들은 ‘배신자’ 프레임을 덧씌우면서 한 후보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바람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 참패에 이르렀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7일 일부 언론이 김 여사와 한 후보 사이에 오간 다섯 차례 문자 내용을 공개해 ‘진실 공방’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일각에서 한 후보를 겨냥한 ‘제2 연판장 사태’ 조짐까지 나타나자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 |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왼쪽부터). 연합뉴스 |
◆‘배신자’ ‘무례’ ‘해당행위’ 韓 집중포화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주장한 한 후보를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며 ‘배신자론’을 주장하던 다른 당권 주자들은 지난 5일 이후 연사흘째 한 후보의 ‘문자 읽씹(읽고서 답장을 안 한다는 뜻의 은어)’ 논란에 십자포화를 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 후보 사이의 틈새를 벌리면서 ‘불화설’, ‘배신자 프레임’에 불을 지를 수 있는 폭발력 큰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대에 당원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80%나 반영되는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당원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 주자들은 문자 내용의 진위와 무관하게 한 후보를 난타했다.
원희룡 후보는 “영부인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 있느냐.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윤상현 후보도 “다섯 번의 문자를 통해 사과 의사를 전했는데 씹었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며 당정 간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는 “(김 여사 사과라는) 총선 핵심 이슈에 (한 후보가) 대통령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 판단의 부족을 넘어서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해당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둘러싼 해석 논란
문자를 둘러싼 공방이 격해진 가운데 채널A는 1월15∼25일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다섯 차례 문자를 보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초 김 여사가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 결정해주시면 그 뜻 따르겠습니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진 문자 내용 앞에는 “사과하면 책임론이 불 붙을 겁니다.
그럼에도”가 빠졌다고 한 후보 측이 주장했다고 한다.
또 김 여사가 1월23일에 보냈다는 문자에는 “김경율 (비대위원) 극단 워딩에 너무 가슴아팠지만 (중략) 이해하려 합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필요하다 하면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후보 측은 그간 일관되게 “사과가 어렵다”는 취지의 문자가 사과 여부를 상의하기 위해 보낸 것처럼 ‘재구성’됐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날 채널A 보도에 대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후보 측 정광재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자를 보낸 당사자가 있는 문제”라며 “받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원문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 역린 건드린 ‘당무개입’ 주장
일부 원외 인사들이 주말 사이 동료들에게 한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 참여를 독촉하고 나선 것은 한 후보가 이번 논란을 부적절한 전대 개입이자 당무 개입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실을 끌어들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시골 촌부이든 감옥에 있는 죄수이든 찾아가서 듣고 해결하는 게 리더의 자질 아닌가”라며 “총선 패배 책임론이 두려우니 이제 와서 당무 개입이라고 몰고 가면서 피해자인 척하는 건 비열한 짓거리”라고 비난했다.
한 후보 측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 최초 공개된 후 한 후보 축출 움직임으로 이어진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후보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박정훈 의원은 “이번 자해극의 본질은 읽씹이 아니라 문자 유출”이라며 “연판장에 가담하려던 한 선관위원은 ‘주변 요청을 받았다’고 했는데, 누구로부터 부탁을 받았는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의원 역시 “말도 안 되는 받은 글(지라시) 돌리기, 대통령실의 의중을 빙자한 전화 돌리기, 연판장에 이은 기자회견, 윤리위 제소. 또다시 구태정치가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野 “제2 국정농단”… 당 선관위 제동
더불어민주당은 뜻밖의 여권발 문자 논란이 정국을 강타하자 ‘호재’를 만난 분위기이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김 여사의 문자가 마치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처럼 여당 전대에 등장한 꼴도 우습지만, 대체 왜 이 사안이 문제가 되는지는 쏙 빼놓고 싸우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김 여사가 각 부처 장관들과도 통화와 문자를 여러 차례 교환한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개입, 국정농단으로 번질 수도 있다.
김·한 갈등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 호미로도 포클레인으로도 못 막는다”고 했다.
논란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관위는 당 화합 저해 행위에 대해 당헌·당규상 모든 제재 조치를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당 선관위는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당규 34조를 거론하며 “전대 과정에서 각 후보나 캠프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 추진 과정에 개입한 박종진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에 대해서는 ‘주의’ 조처하되, 관여 정도가 적다고 보고 선관위원직 사의는 반려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대 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특히 각 후보들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자 논란이 불거진 후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은 이날이 처음이다.
유태영·유지혜·박지원·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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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자기도 원본 공개하면 될일
문자유출은 문자가진 사람이 김여사와 한동훈 둘뿐인데 한이 아니면 하나 밖에 더 있나? 유출이 문제라면 김여사 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