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연금개혁 처리 갈등
민주 “쇠뿔도 단 김에 빼자” 與 압박
특검·연금개혁 무산 책임 돌리기
李대표 민생 이미지 구축 의도도
與, 본회의 소집 명분 ‘꼼수’ 판단
“구조개혁 병행 안 되면 차후 혼란”
대통령실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를 사흘 앞둔 26일에도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이재명 대표의 제안 이후 여당 대안까지 전격 수용하며 속도전을 펼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민주당 제안에 정치적 꼼수가 있다고 보고 22대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연금개혁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는 쪽은 민주당이다.
채 상병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넘어와 여야 기류가 냉각된 가운데 특검법 좌초와 연금개혁 무산의 책임을 여권으로 돌릴 수 있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연금개혁안이 막판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이 대표의 ‘대승적 결단’ 덕으로 포장도 가능하다.
 | “모수개혁 먼저” 對 “충분한 논의 필요” 김진표 국회의장(첫 번째 사진)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21대 국회 임기 내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등 모수개혁을 우선한 연금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두 번째 〃)가 여당 측 안인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면서 개혁안 처리가 가시권에 접어든 듯했으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세 번째 〃)와 대통령실이 잇따라 ‘22대 국회 처리’ 방침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네 번째 사진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남제현 선임기자·뉴시스·대통령실사진기자단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쇠뿔도 단 김에 빼자”며 “민주당은 연금개혁 의지가 분명하고 21대에서 마무리짓기 위해 여당 제안을 전격 수용하는 결단도 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표가 여당 내 대안으로 거론됐던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 44%안을 전격 수용한 만큼 “21대에 모수개혁을 마무리하고 22대에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 제도의 틀 안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액 비율)과 현행 42.5%인 소득대체율(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 등 주요 변수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방안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서는 43%까지 높이자는 국민의힘과 45%까지 올려야 한다는 민주당 의견이 맞서 타결을 보지 못했다.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이 10일 소득대체율 44%를 타협안으로 제시했지만 약 2주간 논의가 공전을 이어오던 터였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 제안’(23일), ‘소득대체율 1%포인트 범위 내 3자회담(대통령 및 여야 대표) 제안’(24일)에 이어 25일 여당 대안까지 수용하며 연금개혁과 관련한 압박 수위를 높인 데에는 민생 현안 해결에 주력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이고 연금개혁은 이 시대 가장 큰 민생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이날 “21대 국회가 모수개혁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의 디딤돌을 놓자”며 사실상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으나, 여당은 “떨이하듯 졸속으로 처리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국정과제”(추경호 원내대표)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유 의원이 제시한 44% 대안은 구조개혁 및 부대조건 등의 원활한 협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추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개혁이 분초를 다퉈야 하는 긴급 사안이라면 (민주당은) 왜 그동안 손 놓고 있었나”라며 “지금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단순 1%의 수치 문제만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향후 인구구조 및 기대여명 변화와 연금 재정건전성 지표 변화 등에 따른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 시행 시기 선택 등의 부대조건과 구조개혁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특위 소속인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한꺼번에 논의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혼란이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서 특위 중반 이후부터 구조개혁을 같이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연금개혁 드라이브가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28일) 소집 명분 만들기용 ‘정치적 꼼수’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 연금개혁만을 위한 ‘원 포인트 본회의’ 소집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추 원내대표는 “졸속으로 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대통령실도 22대 국회 추진으로 입장을 정리한 만큼 여당은 조속히 연금특위와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21대 국회 여야 논의를 토대로 22대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다만 윤희숙 전 의원이 24일 “냉정해져야 한다.
여당은 (야당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 데 이어 연금특위 소속 김미애 의원도 26일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거라면 우선 나아가자”고 밝히는 등 당내 일각에서는 모수개혁 우선 처리론도 꿈틀대고 있다.
유태영·김현우 기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