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의장 주재로 2일 첫 회동
정개특위 간사·원내수석 등 참여
6월 내 與野 합의안 도출 목표
전원위·공론조사 후 지도부 ‘뒷짐’
의원별 표 셈법 따라 의견도 달라
“원내대표, 당론 통일 우선” 지적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 논의가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이미 2개월 가까이 넘겼다.
전원위원회 개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론조사 등 국회 차원의 논의가 충분했는데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뒷짐만 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당 간 ‘4인 협의체’를 구성해 불씨를 살리려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장은 2일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김상훈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와 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 전재수 정개특위 간사로 구성된 4인 협의체와 첫 회동을 한다.
당초 김 의장은 전원위 소위를 꾸려 선거제 개편 단일안을 도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소위 구성에 반대하며 시간이 지체되자 다른 방안을 꺼내 든 것이다.
 | 지난 5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국회개원기념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김 의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75주년 국회 개원 기념식에서 “이제 마지막 단추를 채울 결실의 순간”이라며 “늦어도 다음 달인 상반기 안에 여야가 선거법 합의안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의장의 구상대로 6월 중에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야가 생각하는 협상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각 당내 의원들 간 이견도 조율되지 않아서다.
4인 협의체를 바라보는 양당의 태도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4인 협의체와 관련해 “협상을 시작한다기보다는 보자고 하니까 보는 것”이라며 “(선거제 개편은) 원내대표가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 모두 소속 의원들의 뜻이 달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서 중심적인 의견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제에 대한) 당내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문제”라면서도 “의견이 다양해도 일단 논의를 시작하면 (한 방향으로) 모일 가능성이 높다.
언제든 (협상을) 시작해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양당 지도부가 지난 4월 국회 전원위 이후 당내 의견을 수렴하며 선거제 개편의 불씨를 이어갔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대 당’ 협상을 위해선 통일된 당론 형성이 필수적인 만큼 현역 의원들 간 이견은 선거제 개편의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 지난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의원들 자리 곳곳이 비어있다.
뉴스1 |
실제로 국회의장실이 지난 4월 의원 100명의 전원위 발언을 분석한 결과 여야 모두 의원마다 서로 다른 개편안을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민주당에서 소선거구제를 주장한 의원이 21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중대선거구제(8명)나 대선거구제(6명)를 선호한 의원 역시 있었다.
국민의힘도 소속 의원 17명은 중대선거구제, 7명은 소선거제를 주장하며 이견을 노출했다.
이외에도 정개특위가 지난달 1∼13일 시민참여단 469명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벌이는 등 국회 차원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무르익은 상황이었다.
결국 두 당의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내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선거제 개편안이 총선 기간에 임박해 이뤄질 경우 정치신인의 참정권과 유권자의 투표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선거제 개편안이 도출돼야 선거구 획정을 할 수 있어 선거법 개정이 지나치게 늦어지면 선거운동에도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성공회대 김형철 연구교수는 “선거구 획정이 늦게 이뤄지면 새롭게 출마하는 정치 신인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데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며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고 투표장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대 지병근 교수도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선거를 준비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며 “선거 일정에 따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정보와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데 지연되면서 선거의 질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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