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안보문란TF 고발 내용은
“국정원에 文 순방 전 보고 지시
관련자 불법체포감금죄 적용을”
‘北, 북송 먼저 요구’ 등 수사 요구
‘적폐청산’ 우려 文 명단서 뺐지만
사실상 文 정면으로 겨냥한 듯
野 “전정권 인사 괴롭히기” 반발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는 19일 문재인 정권 당시 대북 안보 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재인정부 인사 10명을 살인죄 등으로 검찰에 무더기 고발했다.
TF가 문제 삼은 사건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2019년 6월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지난 3월 ‘북방한계선(NLL) 월선 선박 북송’ 사건 등 총 세 가지다.
 | 한기호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장(가운데), 태영호 TF 위원(오른쪽)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삼척항 목선 입항 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건, 백령도 NLL 월선 건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에 도착하여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TF는 이 가운데 강제 북송 사건의 위법성을 강조하는 데 가장 큰 힘을 쏟았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TF의 고발장에 따르면,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고발장은 50여쪽에 달해 다른 두 사건의 고발장보다 방대했다.
다른 사건과 달리 문재인 청와대 2인자였던 노 전 실장을 피고발인에 포함하는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TF는 고발장에서 문 전 대통령이 강제 북송 조치를 최종 지시하는 등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TF는 탈북 어민의 선박을 나포하기 전날인 2019년 11월1일 청와대가 국정원에 “과거 중대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를 추방한 사례가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TF는 이를 두고 “당시 청와대가 귀순 어민들을 붙잡기도 전에 ‘흉악범 강제 북송’이란 각본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에 더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선박을 나포한 당일에도 국정원에 “대통령이 (3일) 순방 가기 전에 조사·보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문 전 대통령이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TF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이 북송 조치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의 최종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언급했다.
TF는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들에게 불법체포감금죄를 적용해달라고도 했다.
TF는 탈북 어민들이 판문점을 통해 북송될 당시 포승줄과 케이블타이 등으로 몸이 결박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갑룡 전 경찰청장도 피고발인에 포함했는데, 경찰특공대가 어민들에 대한 판문점 호송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TF는 “민 전 청장은 권한을 남용해 법적 근거 없이 경찰특공대에게 판문점 호송 업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김 전 장관도 고발됐다.
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이 보호를 요청할 시 통일부 장관이 보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김 전 장관은 탈북 어민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TF는 또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처벌 규정을 들어 윤건영 전 국정상황기획실장,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등 전 정권 인사 7명을 무더기 고발했다.
 | 지난 7월 12일 통일부가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송하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
TF는 검찰을 향해 자체 진상조사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에 대한 수사도 요구했다.
TF는 탈북 어민 북송을 북한이 먼저 요구했는지 여부, 어선 나포 과정, 북송 결정을 내린 주체, 문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수사 요구했다.
TF는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한 대통령기록물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은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TF는 고발장에 기존 언론 보도만을 증거로 인용했다.
당초 TF는 문 전 대통령도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살인죄 명목으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일단은 잠정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직접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할 경우 전임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적폐 청산’에 나서는 것으로 비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집권 여당이 전 정권에 대한 사정 정국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당시 북송에 동의했는데 이렇게 (고발)하는 건 전 정권 인사들을 괴롭히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민생 대책을 세우는 유능한 여당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고 정쟁거리를 삼기 위해 전직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병관·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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