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와 ‘미래’였다.
민주공화국을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과 공산 세력에 맞서 싸운 체제 경쟁,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룬 산업화, 민주주의 심화 등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공통의 가치인 ‘자유’를 매개로 국민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자유의 가치를 수호해온 역사의 발전은 북한과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대한 구상’을, 일본과는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나아가자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개선의 미래로 이어졌다.
다만 윤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공정’은 이번 경축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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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약 15분 동안 이어진 경축사에서 ‘자유’만 33번을 강조했다.
‘독립’은 18번, ‘국민’은 15번 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첫 광복절 경축식에서 평화(20회), 국민(17회), 역사(14회)가 다수 언급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와 5·18기념사에 이어 이번 경축사도 집필을 주도하며 독립운동에서부터 이어진 자유의 가치 수호를 미래까지 연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겐 ‘담대한 구상’을, 일본을 향해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개선을 제시하며 자유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서사를 완성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5일 내내 참모진과 경축사를 회독하며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내용과 원고의 디테일을 가다듬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은 윤 대통령의 구상에서 비롯된 진정성이 담긴 제안”이라며 “수사에 그치는 약속이 아니다.
이번 경축사에서 가장 심혈을 들인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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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연한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올랐다.
왼쪽 가슴에는 빨강·파랑의 태극기 색깔 행커치프를 달았다.
윤 대통령이 북한을 향한 ‘담대한 구상’을 공개했을 때는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흰색 투피스 정장 차림을 한 김건희 여사도 지난달 28일 정조대왕함 진수식 이후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 현재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정의하고, “험난하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믿지 않았던 그 순간에도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눈부신 번영을 이뤄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에 나선 무장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운동가를 양성하고 국내에서 교육과 문화 사업에 매진한 이들도 위대한 독립운동가라고 극찬했다.
이어 “이분들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다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일 뿐 아니라 미래 번영의 출발”이라며 “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
자유를 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고 또 세계시민과 연대해 자유에 대한 새로운 위협과 싸우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 | 사진=뉴시스 |
윤 대통령은 특히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지,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립운동 범주를 광복 이후의 국가 정체성과 발전에 전념한 세대로 확대하면서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추구’로 규정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언급에는 건국절 논란과 같은 이념에 치우진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하고 국민통합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식에서 독립운동가 후손 5명에게 독립유공자 포상(건국훈장 애국장·애족장, 건국훈포장, 대통령 표창)을 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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