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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선대위 꾸리며 당 장악력 얻고 아까운 시간 잃었다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1-11-26 15:23:47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전진영 기자]

李, 쇄신 드라이브...지지율은 큰 변화 없어

경선 후보 선출부터 선거대책위원회 쇄신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국민의힘보다 한 달 일찍 후보로 선출됐음에도 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실(失)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 쇄신을 통해 얻은 당 장악력은 확실한 ‘득(得)’이라 볼 수 있다.


우왕좌왕 선대위 논란으로 이 후보가 잃은 대표적인 것은 시간이다.
상대보다 한 발 빠른 후보 선출로 본격적인 정책 발표 등에서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지만 이를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경선 과정에서의 당내 잡음으로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데다, 민첩함이 떨어지는 선대위 활동도 그의 지지율을 30% 초중반대 ‘박스권’에 갇히게 한 것이다.


물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후보 개인 이슈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대위 혼선이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선대위가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혼선만 빚었고, 당도 후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당과 후보의 지지율 연동’ 측면에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얻은 것도 있다.
가장 중요한 과실은 당내 ‘비주류’인 이 후보가 선대위 쇄신을 통해 얻은 당 장악력이다.
이 후보는 당 안팎의 선대위 쇄신 요구에 힘을 얻어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에 측근을 임명하며 친정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사무총장에는 경선 당시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진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에는 당시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강훈식 의원을 내정했다.
선대위 출범 당시에는 ‘용광로’를 표방하며 모든 의원을 포함하는 거대한 선대위를 꾸렸지만, 이제는 핵심 인물만으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방향 전환을 잘 했다"며 "일단은 이 후보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민첩함을 완성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권교체 요구가 정권재창출 여론보다 높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건 이 후보의 당면 과제인데, 이 부분에서도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선대위 쇄신 기회를 잡으면서 그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5일 외신기자 초청 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대북정책·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둘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26일 "지금까지는 당이 역으로 후보의 발목을 잡는 꼴이었다면, 이제는 당이 아니라 후보 자체의 경쟁력에 맞추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이 주목 받도록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논란을 둘러싼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득이 실보다 큰지 혹은 반대인지는 앞으로의 지지율 추이를 통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선대위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는 매주 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는 ‘매타버스’ 등 정책·민생 현장 행보로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줄고 있는 상황도 이 후보에게 긍정적 신호다.
강훈식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찰과 반성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때 지지율에 반영될 것"이라며 "아직은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尹, 원톱 체제 각인...정치신인 고집 드러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각종 잡음을 일으킨 것이 일단 그의 대선가도에 ‘실(失)’로 작용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정치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정치 입문 5개월 만에 제1 야당의 당권을 장악한 건 또 다른 측면에서 ‘정치력의 과시’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경선 일정이 늦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조기 선대위 구성이 절실했다.
윤 후보가 ‘1분 1초가 아깝다’고 최근 말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갈 길 바쁜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은 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문제였다.
정치 신인인 윤 후보에게 경험 많은 사령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은 줄곧 있어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두고 "현존 최고의 지휘관"이라 표현할 정도였기에, ‘김종인 합류’는 선거 승리의 상수이자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잡음은 윤 후보가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의사결정이 빠른 신속한 선대위 조직을 강조해왔던 김 전 위원장과 ‘다 함께 가자’를 강조한 윤 후보 사이에 접근법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6일 라디오에 나와 "김 위원장은 일사불란하게 원톱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윤 후보는 권력을 약간 분산해 전체적으로 협력해서 가는 모양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선대위 구성 문제에서 두 사람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류냐 거부냐’ 등 줄다리기가 장기화된 현 상황은 윤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윤 후보는 측근들을 잇따라 보내 김 전 위원장 쪽 설득 작업에 나섰고, 급기야 김 전 위원장과 긴급 만찬 회동을 하는 등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 정치를 고집하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있지만, 윤 후보 역시 ‘내가 그린 그림을 수용하라’는 경직된 태도를 노출한 것이다.
정치 평론가들도 정치 입문 후 윤 후보의 정치 비전이나 구상을 담아내는 첫 작품인 선대위 구성 문제에서 윤 후보가 발목을 잡힌 것은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윤 후보가 얻은 것도 없지는 않다.
총괄 선대위원장이 누가 되든 일단 후보 본인이 ‘원톱’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각인시켜줬다는 점이다.
정치 이력이 쌓이면서 ‘실언’으로 자살골을 넣는 빈도도 적어졌고 지지율도 안정세를 관리하는 모습은 정치신인의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에게 끌려가지 않는 모습 역시 ‘독자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한 후보라는 인식도 심어줬다.


일련의 과정에서 윤 후보의 당내 입지와 발언력·통제력이 강화된 것도 득이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거취와 무관하게 선대위에서 윤 후보의 입지와 활동 반경을 스스로 넓힐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아울러 주요 실무를 총괄하는 본부장급 인사를 이 후보 본인이 직접 담당한 것도 선대위 장악력, 리더십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윤 후보의 본부장급 인선에 ‘신선함이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건 앞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딸 특혜 채용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인 김성태 전 의원을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에 임명했다"는 사실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며 윤 후보의 인사 철학을 비판하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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