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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지지부진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이번에는 통과할까
더팩트 기사제공: 2021-06-17 05:06:01
정치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법제화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 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정치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법제화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 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與, 6월 처리 의지 속 野 '신중론'…여론은 '찬성' 무게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18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2017년부터 수술실에 770여회 드나들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정기현 당시 원장은 대리 수술 의혹에 관해 사과하며 수술실 CCTV 설치 등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잊을 만하면 '대리 수술' 논란이 불거진다. 최근 인천과 광주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의료법을 어기고 행정직원과 간호조무사가 대리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메스'를 잡을 수 없는 의료인은 물론 심지어 영업사원이 의료행위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전공의 등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병원 경영상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수술·시술·처방 등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중 일부 불법적인 일에 환자가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의료법상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가 반복되면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정치 화두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복되는 대리·유령 수술과 성범죄를 막고 의료 분쟁 때 중요한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처리가 시급하다"며 국민의힘에 협조를 촉구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14일 "유령 수술과 의료사고 은폐, 수술실 내 각종 범죄를 막겠다"며 6월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야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다.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함으로써 생기는 역기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사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진료권에도 침해를 줄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론과 일맥상통한다.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 강기윤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사가 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사들이 수술할 때 리미트 라인(한계선)까지 시도할 수 없을 수 있다. (환자가) 잘못되면 문책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진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이분법적으로 국민의힘은 찬성한다,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당위성과 정당성이 있으면 추진하면 된다. 다만, 입법을 통해 수술실 CCTV를 강제한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의사가 동의하는 선에서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법상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가 반복되면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정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의료법상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가 반복되면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정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선화 기자

수술실 CCTV와 관련한 법안은 현재 3개가 발의된 상태다. 민주당 김남국·안규백·신현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해 촬영 및 녹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나아가 김 의원은 촬영물 보존까지 의무화하자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신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영상정보 취급 관리, 영상정보 제공 의무 등을 신설하는 한편 CCTV 영상정보 유출 등 행위에 대한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과, 의료기관 내 CCTV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의 CCTV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진전된 것은 없다. 안·김 의원과 신 의원은 각각 지난해 7월과 12월 법안을 발의했다. 모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오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쟁점법안인 만큼 향후 여야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정치권 밖 수술실 CCTV 설치법이 통과해야 한다는 쪽은 대리 수술이나 성범죄, 의료사고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선 수술 성공률이 매우 희박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위중한 수술일 경우 의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오히려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강변하는 심리적 위축과 불안은 전문가로서 극복 가능하다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통화에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예방에 목적이 있고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공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수술하는 의사는 최소 수년의 의료 과정을 거친 전문가들이다.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때문에 운전을 못 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병원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율은 14%에 불과하다. 안 대표는 이 점을 들며 "(의료계 주장대로) 13만 의사 중 소수가 대리 수술을 하거나 성범죄를 저지르겠지만, 피해를 보는 환자는 수십, 수백 명이 될 수 있다. 극소수 피해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경찰청의 2019 범죄통계를 보면, 전문직 중 의사가 저지른 범죄는 5135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자료 갈무리
경찰청의 2019 범죄통계를 보면, 전문직 중 의사가 저지른 범죄는 5135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자료 갈무리

의사들의 범죄 건수는 적지 않다. 경찰청의 2019 범죄통계를 보면, 전문직 중 의사가 저지른 범죄는 5135건으로 다른 전문직종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성범죄(강간 25건·유사강간 6건·강제추행 105건)는 물론 △상해 78건 △폭행 300건 △협박 45건 △사기 723건 △직무유기 2건 등 범죄 종류도 다양하다.

반복되는 의사의 범죄로 의료윤리에 금이 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구나 대리 수술이나 의료 사고가 났을 경우, 환자가 이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국 병원 10곳 중 6곳에는 수술실 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대리 수술이나 수술실 성범죄는 지속되고 있다.

조직적인 은폐 사례도 있다. 지난 2016년 8월 경기도 분당의 한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옮기던 중 실수로 바닥에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련 증거를 없애고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두 명은 지난해 12월 실형(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찬성'에 힘이 실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28~29일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80.1%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6월 임시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야당과 의사단체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리 수술이나 성범죄 관련한 것은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제화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 지도부가 수술실 CCTV 설치법 처리 의지가 강한 만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면 2015년 19대 국회 때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6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다. 자동 폐기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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