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척추이분증'의 원인을 유전적으로 규명했다.
그동안 유전적 원인을 밝힐 수 없었던 '척수수막류'의 원인과 생물학적 작용을 밝혀, 선천성 신경관 결손 장애를 가진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상우 연세대 의·생명 시스템 정보학 교실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척추이분증의 원인을 유전적으로 규명, 27일(현지시간 26일 오후 4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논문명은 'The contribution of de novo coding mutations in Meningomyelocele(척수수막류에 대한 새로운 코딩 돌연변이의 기여)'다.
논문의 제1저자는 하유진 연세대 의·생명 시스템 정보학 교실 박사, 김상우 교수는 교신저자다.
조셉 글리슨 미국 샌디에이고대 교수 등이 공동 교신저자로 등록됐다.
'척추이분증(Spina bifida)'은 임신 중 태아의 중추신경계의 전신인 신경관(neural tube)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발생하는 선천적 질환으로 선천성 신경관 결손 장애의 종류 중 하나다.
증상이 심한 경우 태어날 때부터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이 만들어지지 않아 신경조직이 드러나는 '척수수막류'가 나타나고 보행장애, 감각 이상 등 심각한 신경계 손상을 초래한다.
이 질환은 신생아 3000명 중 1명에 달하는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만큼 그동안 연구자들은 척추이분증을 가진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병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그러나 보통의 유전 질환과는 달리 척추이분증의 경우 핵심 유전자를 찾는 일은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다.
동물 실험에서 몇몇 유전자가 밝혀지기도 했지만, 인간에게서는 이런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게다가 환경적인 요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 질환의 특성상, 일반적 접근 방법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임신부의 엽산 섭취 이외에는 특별한 예방법도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김상우 교수팀은 먼저 부모로부터 유전되지 않고 자식에게서만 새롭게 나타나는 드노보(De novo) 돌연변이에 초점을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과 협업해 전 세계 851명의 척추이분증 환자와 가족 2451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시작했다.
분석 결과 환자의 약 22.3%에서 유전자 손상 가능성이 높은 돌연변이가 확인됐으며, 이 중 28%는 신경관 결손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다.
척추이분증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 특성을 인간에게서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이 척수수막류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밝힌 유전자는 노스트린(Nostrin)과 웸(Whamm) 유전자의 비활성화다.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80% 정도 일치하는 개구리(Xenopus laevis) 실험을 통해 신경관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것을 검증했다.
나아가 두 유전자는 같은 생물학적 과정을 잇는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 두 유전자를 모두 비활성화했을 때 신경관이 더 많이 닫히지 않게 된다.
연구팀은 이런 유전자들은 세포 골격유지, 신경 신호전달, 염색질 변형 등의 작용과 관련이 있으며, 검출된 유전자들의 실험적 검증을 통해 주요 유전자 돌연변이가 신경관 결손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그동안 유전적 원인을 명확하게 밝힐 수 없었던 척수수막류의 유전적 원인과 생물학적 작용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
선천성 신경관 결손 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계속 태어났지만,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해 진단이나 치료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상우 교수는 "대규모 환자를 모집할 수 있었던 미국 연구팀의 능력과 숙련된 DNA 분석 기법을 가진 한국 연구팀이 협업해 이뤄낼 수 있는 성과였다"면서 "향후 진단 기술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신경관 결손 질환에 대한 예방법 개발뿐 아니라 자폐증과 같이 유전적 돌연변이와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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