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70대 앓는 신경계 뇌질환
알츠하이머·치매 다음 많이 발병
서동·떨림·근육 강직이 주요증상
완치 어렵지만 약물치료 효과↑
"잠꼬대·후각 저하땐 빠른 진료를"
급속한 인구고령화 속에서 파킨슨병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서 12만977명이었던 환자는 2022년 13만6130명으로 약 12% 늘었다.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다른 뇌질환에 비해 약물치료효과가 뛰어나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이를 앓았다.
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이를 처음 학계에 보고한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맞아 김한준(사진)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파킨슨병은 어떤 질환인가.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로 발생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
퇴행성 신경계 뇌질환 중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하다.
평균 발병 나이는 60대 중반~70대 정도. 65세 이상 인구 중 1%가 파킨슨병 환자로 알려져 있다.
”
-질환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 미만이다.
대부분 가족력이나 뚜렷한 유전자 이상 없이 발생한다.
더욱이 파킨슨병은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
 | | 서울대병원 제공 |
-파킨슨병에 노출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주요 증상으로는 서동, 떨림, 근육의 강직 등을 꼽을 수 있다.
초기에는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손 떨림 현상을 겪는다.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은 워낙 서서히 진행돼 스스로 병의 증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해지면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지며 보행장애, 중심 잡기 어려움, 얼굴 표정 감소 등이 나타난다.
떨림은 환자가 몸에 힘을 빼고 있을 때 주로 발생하며, 스스로 움직이면 없어지거나 줄어든다.
주로 한쪽 손에서 먼저 나타나고 손으로 알약을 빚거나 동전을 세는 듯한 모양으로 떨린다.
강직은 근육이 뻣뻣해지는 증상이다.
팔을 펴려고 할 때 펴지 못하게 하려고 힘을 주는 듯한 느낌이다.
전형적인 증상을 겪는 살마은 팔을 굽힐 때 마치 납으로 만든 파이프를 굽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천천히 굽혀보면 톱니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오는 저항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톱니바퀴성 강직’이라고 한다.
이밖에 보행 동결, 배뇨 장애, 변비, 성기능 이상, 기립성 저혈압, 후각 소실, 정서장애, 수면 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
-병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부터 전조 증상을 격는 환자가 많다.
잠꼬대, 우울감, 후각 저하, 변비 등이 대표적이다.
걸음걸이나 자세가 변하고 얼굴이 무표정해지기도 한다.
이밖에 글씨를 쓸 때 글자 크기가 점차 작아지거나 말할 때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한다.
다만 환자마다 양상 및 조합이 다르다.
의심되면 신경과 의사의 진료를 빨리 받아야 한다.
”
 | | 게티이미지. |
-진단은 어떻게 내리나.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진단한다.
파킨슨병은 뇌질환이지만 뇌 MRI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MRI를 활용하는 것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질환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베타 CIT라는 특수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검사를 활용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진단에 도움이 된다.
”
-파킨슨 병 진단 후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도파민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복용 후 뇌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도파민이 되는 ‘레보도파’라는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쓴다.
다만 레보도파를 복용하는 환자 10명 중 4명이 4~5년 후 ‘약효 소진 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을 먹은 뒤 다음 약을 먹을 때까지 약효가 유지되지 않고 약 기운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반대로 약물 농도가 높으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지거나 팔다리가 꼬이는 증상이 나타나는 ‘레보도파 유발성 이상운동증’을 겪을 수 있다.
이들 증상은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약물 복용 후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담당 의사와 상의해 조절해야 한다.
”
 | | 서울대병원 제공 |
-약물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나.
“약 조절에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을 고려할 수 있다.
미세 전극을 뇌의 깊은 핵 부위에 위치, 신경세포들을 조절하는 치료다.
약효 소진 현상과 이상운동증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약물 복용량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도파민 신경세포를 다시 살려내거나 세포소실을 중단 또는 지연시키는 치료법은 없다.
현재 이런 치료법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환자들에게 제언해달라.
“파킨슨병 치료는 1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상태에 따라 수시로 치료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현재의 상태에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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