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 보급형 모델 출시 잇따라
볼보 소형SUV EX30 최저 4945만원
유럽보다 1000만원 이상 낮게 책정돼
테슬라 모델Y 5699만원에 국내 출시
기아 레이 EV 지난달 최다 판매 ‘약진’
중국산 배터리 채택해 원가 절감 전략
“시장 점유율 확대 가격경쟁 심화할 것”
질주하던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며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가격 낮추기에 사활을 걸었다.
과거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보조금 100% 지급’ 대열에 합류하는 수입 전기차도 늘어나고 있다.
◆보조금 100% 전기차 잇따라 출격
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달 28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을 공개하고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EX30은 볼보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출시한 모델이다.
소형 SUV임에도 1회 충전 시 최대 475㎞(WLTP 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는 성능, 다양한 안전 사양 등을 갖췄다.
국내에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 | 볼보 EX30 |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EX30은 혁신적인 공간 설계, 차세대 안전사양과 첨단 커넥티비티까지 오늘날 고객들이 볼보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며 “향후 판매량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차량은 국내에서 독일 등 유럽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이 책정됐다.
수입차 업계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볼보가 국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어, 울트라 두 가지 트림의 가격은 각각 4945만원, 5516만원으로 국내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가격이다.
서울시 보조금까지 받는다고 가정하면 4330만원, 4900만원 수준이 된다.
볼보의 EX30까지 가세하며 국내에서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종류는 더욱 많아졌다.
올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57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 전액을, 85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테슬라는 중국산 모델Y를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가격인 5699만원에 국내 출시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이 모델 출시 직후인 9월 판매량은 전월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한 4206대를 기록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 1위에 올랐다.
 | | 테슬라 모델Y |
또 다른 수입 전기차인 폴크스바겐 ID.4와 폴스타2 롱 레인지 싱글모터는 각각 5690만원, 5590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 초반대로 가격이 떨어진다.
국산 전기차 시장도 보급형 차량들이 이끌고 있다.
기아가 9월 판매를 시작한 레이 EV는 한 달 만에 6000대가 계약돼 올해 판매 목표치로 잡은 400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11월에는 국내에서 4587대가 팔리며 월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레이 EV의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205∼233㎞로 짧은 편임에도 2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이 판매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4750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국내 인도가 시작된 11월 한 달 판매량은 1667대로, 현대차의 인기 모델 아이오닉5에 이어 국산 전기차 2위를 차지했다.
 | | 기아 레이 EV |
◆보급형 전기차로 시장 확대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이 중요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하거나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 판매될 볼보의 EX30 모델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허베이성 공장에서 생산된다.
테슬라의 저가형 모델Y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됐고,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기차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중국산으로 채택하는 차도 늘고 있다.
토레스 EVX는 중국 BYD의 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레이 EV는 중국 CATL이 제조한 LFP 배터리를 각각 적용했다.
완성차 업계는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으며 유난히 부진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와 각국 자동차협회 통계 등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11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판매량은 1003만7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3%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새로운 기술에 흥미를 갖는 ‘얼리 어답터’ 등 전기차를 살 사람들은 이미 대부분 샀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까지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신기술이 적용된 차에 개방적이면서도 가격, 성능 등 다양한 부분을 까다롭게 비교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은 자동차 업계의 ‘테스트베드’로 통한다”며 “한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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