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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땅에 헤딩"…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기술 총아[누리호 2차발사]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6-03 16:04:35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오는 15일 2차 발사되는 누리호는 무엇보다 우리 위성을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외에도 300여개 민간기업이 참여해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기술의 A부터 Z까지 모두 국산화했다.
설계,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완성했다.
'맨 땅에 헤딩'하듯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75t급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 및 이를 한 데 묶어 동일한 추진력을 내는 클러스터링 기술, 대형 연료ㆍ산화제 탱크 개발, 엔진 시험장ㆍ발사대 등 개발ㆍ운용 인프라 등을 우리 손으로 해냈다.


◇ 아무도 도와 주지 않았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무기로 전용될 수 있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이나 미국의 수출규제(ITAR)을 통해 국가간 기술이전이 엄격이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는 초기 미국 등 우방의 기술 이전을 요청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일본에게는 1980년대 로켓 기술을 전수해줬지만 한국에겐 지난해까지도 미사일지침을 통해 장거리 발사체 개발을 막는 등 심한 간섭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성공한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러시아의 발사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귀동냥' 수준이었다.
러시아는 나로호 1단부를 팔고 유인 우주 기술(우주인 훈련 및 국제우주정거장(ISS) 체험) 전수를 대가로 막대한 돈을 받아갔지만 정작 핵심 기술은 꽁꽁 숨겨 둔 채 전수하지 않았다.
우주인으로 선발된 고산씨가 2008년 훈련 도중 돌연 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퇴출된 게 대표적 사례다.
당시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추진했던 한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리 과학자들을 데리고 자기네 연구 개발 시설을 보여주면서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면서 "공정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마도 그들은 '아무리 보여줘도 너희들은 비결을 모를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가 나중에 우리의 성공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현재 우주발사체를 자력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9개국 뿐이다.
그러나 이중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은 화물 수송 능력(페이로드)이 300kg 이하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누리호가 최종 성공할 경우 1.5t의 페이로드를 확보해 세계 7번째로 1t급 이상 실용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가 된다.



◇ 핵심 4대 기술 모두 독자 개발

누리호의 불꽃 온도는 3300도가 넘는다.
하지만 외부의 도움없이 자체적인 기술로 누리호를 완성한 우리 기술진의 피와 땀은 그것보다 더 뜨거웠다.
우선 발사체 추진력을 담보할 로켓 엔진 개발이 최우선 과제였다.
특히 핵심 부품인 터보 펌프를 만들어야 하지만 누구도 지식ㆍ경험ㆍ노하우가 없었다.
터보 펌프는 수백개의 밸브를 0.01초 단위까지 조율해 연료와 산화제를 정확히 공급하는 초정밀 장치였다.
KARI 연구진들은 미국ㆍ러시아의 고전 교과서를 뒤지고 박물관에서 구형 로켓을 참고하는 등 열정을 불태웠다.
그나마 원리가 비슷한 항공기 가스 터빈 엔진 개발 경험자를 주축으로 5년 여의 연구 끝에 2008년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다.
2007년 1차 실험때 폭발하는 등 난관을 극복한 결과였다.
KARI는 이때 로켓 엔진의 터보 펌프, 연소기, 가스 발생기 등 핵심 부품 기술을 확보했고, 이는 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75t급 액체 엔진 개발의 원천이 됐다.
75t 엔진 개발 과정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엔진 크기가 커지면서 연소 불안정 문제가 발생했고, 2017년부터 약 6개월간 여러 차례의 설계 변경과 실험 끝에 간신히 해결했다.
지난해 1차 발사 직전까지 33기의 시제품을 만들어 184회 1만8290초 동안 연소시험을 반복했다.


여기에 엔진 여러 개를 묶어 1개의 단으로 사용하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누리호 1단부는 75t 엔진 네개가 하나로 묶여 300t급의 추력을 내는 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확히 정렬돼 있고 똑같은 힘을 내야 로켓이 목표한 경로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KARI 엔진 개발 관계자는 "엔진의 화염 가열 분석 및 단열 기술, 추력 불균일 대응 기술, 엔진 4기 조립ㆍ정렬ㆍ짐벌링(방향제어)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정교한 설계와 높은 수준의 지상 시험 수행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쉬어 보이는 추진제 탱크 제작도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2~3mm 두께의 얇은 특수 알루미늄으로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내외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히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리호 추진제 탱크는 대기압의 6배에 달하는 내부 압력과 엔진의 추력ㆍ대기의 저항으로 발생하는 강한 외력에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산화제로 쓰이는 액체산소의 영하 183도 극저온에도 견딜 수 있는 소재가 사용됐다.
가장 큰 난관은 이 같은 얇은 특수 소재를 가지고 높이 10m, 직경 3~5m의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리호의 1,2,3단부 통틀어 얇은 소재의 기밀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포인트만 2000여 곳이 넘었다.
KARI는 특수 용접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스피닝 기술을 고안해 내는 등 수작업을 거쳐 새지 않고 단단한 추진제 탱크를 완성했다.
KARI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용접 기술을 가진 조선산업 강국'이라는 시선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면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10개월간의 제작 공정을 되풀이 해야 하는 부담도 커서 고도의 집중력과 극한의 기술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우주 발사체의 또 다른 고난도 기술인 '페이로드 페어링'도 난제였지만 무사히 극복했다.
위성 보호 덮개인 페이로드 페어링은 보호막 역할과 함께 목표 고도에 도착했을 때 정확한 타이밍에 알맞은 강도로 분리되어야 한다.
가볍고 단단한 소재 기술과 세밀한 노하우가 필요해 우주 강국들도 극비로 여긴다.
KARI 기술진은 탄소복함섬유를 얇게 편 후 열과 압력을 가해 강한 강도를 갖도록 했고, 분리시 충격(파이로 쇼크)를 해소하는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200회 이상의 실험을 통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 당시 신뢰도를 입증하면서 개발을 완료했다.
이밖에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엔진 시험 설비나 첨단 장비가 적용된 발사대ㆍ운용 체계 등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 민관 우주 기술 협력의 총아

누리호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우주 발사체 산업 생태계 조성과 산업체 역량 강화가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누리호 체계 총조립, 엔진 조립, 각종 구성품 제작 등에서 기술 협력ㆍ이전이 이뤄졌다.
주력기업 30여개를 포함해 총 300여개 기업이 적극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누리호 체계총조립과 탱크ㆍ동체 제작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엔진총조립, 터보펌프ㆍ추진기관공급계ㆍ배관ㆍ구동장치시스템ㆍ추력기스템 등 발사체 기계 부문 제작과 실험의 주역을 맡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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