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는 익명의 50대 독지가로부터 300억 원 상당의 전 재산을 기부받았다고 9일 밝혔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익명의 기부자는 “살아가는 데 필요 이상의 돈이 쌓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항상 있었다.
젊은 나이에 기부하게 되어 이제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카이스트를 기부처로 택한 이유로는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순수한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다"라며 "나의 기부가 KAIST의 젊음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결합해 국가의 발전뿐만 아니라 전 인류사회에 이바지하는 성과를 창출하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는 기부자에 대해 "300억 이상을 KAIST에 기부한 고액 기부자 중 최연소로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벌일 50대의 나이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흔치 않은 결단을 내렸다"면서 "자신을 위한 씀씀이엔 엄격했지만, 근검절약 정신으로 재산을 일궈 소외계층과 불치병 환자들을 10여 년 넘게 꾸준히 도와왔다"고 전했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이 50대의 기부자는 KAIST 출신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교 후배들을 채용하기 위해 애쓰는 지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KAIST 출신은 열심히 한다.
그것도 밤을 새워서 열심히 한다”라는 답을 들은 이후로 KAIST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KAIST 관계자는 “기부자가 더 장기적이고 효과적으로 기부하기 위해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려는 계획을 숙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을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 가장 큰 파급효과를 얻을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교육을 통한 기부가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락을 취해왔다”라고 설명했다.
기부자는 이름을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기부 약정식 행사나 카이스트 관계자와의 만남까지도 극구 사양했다.
대신 “이렇게 큰돈이 내게 온 것은 그 사용처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한 하늘의 배려라고 생각되는데, 이 책임을 KAIST에게 떠넘기게 되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는 겸양의 인사를 남겼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50대의 나이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큰 결단을 내려주신 기부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정해주신 기부금의 사용 용도가 카이스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점에서 학교를 향한 기부자의 깊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 및 의과학·바이오 분야의 연구 지원금으로 이번 기부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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