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입니다.

미국 경쟁당국이 패션브랜드 코치의 모회사 태피스트리가 추진해온 85억달러(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경쟁사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태피스트리가 베르사체, 마이클코어스 등을 보유한 카프리홀딩스까지 인수할 경우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2일(현지시간) 태피스트리의 카프리홀딩스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이번 인수로 태피스트리가 "접근 가능한(비교적 저렴한) 명품 핸드백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장 경쟁 저하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저렴한 핸드백을 구입할 수 있는 경쟁의 수혜를 입을 수 없게 된다"면서 "근로자들에게도 임금 상승, 직장 복리후생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양사 합병시 전 세계 직원 규모는 3만3000명에 달한다.

앞서 태피스트리는 지난해 8월 카프리홀딩스의 지분을 주당 57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태피스트리 산하 브랜드인 코치·케이트스페이드·스튜어트 와이츠먼, 카프리홀딩스 산하 브랜드인 베르사체·지미추·마이클코어스를 거느린 미국 대표 패션공룡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해당 인수건은 유럽연합(EU), 일본의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승인을 받았고, 태피스트리측은 올해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FTC가 제동을 걸면서 인수 불확실성이 커졌다.
WSJ는 FTC가 크로거의 앨버트슨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고 아마존을 고소하는 등 "반독점법 집행에 있어 더욱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회사측은 즉각 반발했다.
태피스트리의 조앤 크레부아제라 최고경영자(CEO)는 "FTC는 시장과 소비자들의 쇼핑방식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수백개 브랜드로 세분화돼있고 신규진입자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활동 중"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번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브랜드 매각 등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면서 합병기업은 업계 최고의 임금, 복리후생을 지속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WSJ는 이번 거래가 시장의 정의에 달렸다고 짚었다.
유로모니터 데이터를 인용한 번스타인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코치와 마이클코어스의 북미 핸드백시장 점유율은 총 17%로 추산된다.
이들 브랜드의 점유율은 개당 수백달러 수준인 이른바 '저가럭셔리백(affordable luxury bags)' 부문에서는 53%까지 치솟는다.
FTC가 경쟁을 저하할 것이라고 주목한 부문이 바로 이와 같은 좁은 기준인 셈이다.

FTC는 코치, 케이트스페이드, 마이클코어스 등의 경쟁 브랜드가 가격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인해 이들 브랜드를 구매하는 수천만명의 미국인이 가격 인상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티의 폴 레주에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메모에서 FTC가 반경쟁적 이유로 이번 거래에 제동을 거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핸드백은 가장 신중하게 구매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라며 "코치와 마이클 코어스가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상당한 경쟁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로펌 프라이드 프랭크의 배리 니그로 반독점 부서장은 "결과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소송"이라고 진단했다.

WSJ는 투자자들이 이번 거래 전망에 회의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태피스트리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9.5% 상승한 반면, 카프리홀딩스는 24% 급락했다.
카프리홀딩스의 주가는 지난해 인수 계약 당시 합의한 주당 57달러를 훨씬 밑도는 37.96달러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