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목적 차량 제조기업 오텍이 184억원 규모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증 대금 중 120억원은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로 키워온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 가족회사를 위해 쓰일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텍은 184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2160원으로, 신주 850만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현재 오텍 발행주식 총수의 55.2%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오텍은 증자 대금 중 120억원을 종속회사인 '씨알케이'에 다시 증자해 줄 계획이다.
씨알케이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 설치되는 냉동냉장 쇼케이스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오텍이 62.5%를, 강성희 오텍 대표가 3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씨알케이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1273억원, 부채총계는 1260억원, 자본총계는 13억원이다.
자본금이 133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90%에 달한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악화된 이유는 지난해 갑자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씨알케이는 지난해 78억원의 영업손실과 1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23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손실은 전년 11억에서 1656% 확대됐다.
적자의 주요 원인은 '매출채권 손상'과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가손실'을 한 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씨알케이는 지난해 매출채권 대손충당금으로 64억원을 반영했다.
전년도 10억원에서 6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주요 거래처인 안강건설 등이 기업회생에 들어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씨알케이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가손실로 61억원을 반영했다.
전년도에는 없던 손실이다.
씨알케이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관계사인 '에프디시스'의 200억원 규모 상환우선주(RPS)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상환우선주의 가치가 손상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에프디시스의 상환우선주는 2016년 처음 발행된 후 오텍 그룹사를 돌다가 2023년 씨알케이의 소유가 됐다.
씨알케이는 이 상환우선주 인수를 위해 IBK캐피탈, DB금융투자 등으로부터 150억원을 선순위로, 오텍 그룹사로부터 100억원을 후순위로 빌린 바 있다.
씨알케이는 이번에 오텍으로부터 증자대금 120억원을 받으면 이때 빌린 돈을 갚을 계획이다.
원래 에프디시스의 상환우선주를 상환받아 인수자금을 갚으면 되지만, 에프디시스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에프디시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다.
씨알케이가 에프디시스 상환우선주를 평가손실 처리한 이유다.
결국 오텍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오텍 주주들의 돈이 씨알케이를 거쳐 에프디시스로 흘러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에프디시스는 강성희 회장의 가족법인이 최대주주인 회사다.
에프디시스의 지분 50.3%를 보유한 최대주주 '에스에이치글로발'은 강성희 회장이 20%를, 두 아들 강신욱 오텍 전무와 강신형 오텍 상무가 각각 40%를 보유한 법인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오텍의 자회사 오텍캐리어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텍 관계자는 "씨알케이는 에프디시스 상환우선주의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인수한 것"이라며 "오텍은 이번 유상증자로 종속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인버터를 활용한 에너지 고효율의 냉동냉장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텍은 씨알케이에 나가는 돈 외에 나머지를 PBV(전기특수목적차량) 컨버전 센터 시설자금, 원부재료 구입대금, 단기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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