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밥 먹고 운동하고, 골프도 치고, 영화까지 보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가요. 밖에 나갈 일이 없어요."
지난 9일 인천 서구 왕길동 '로열파크씨티Ⅱ'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이달부터 삼식(三食)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매일 메뉴가 다르고 맛도 좋아서 자주 이용한다"며 "끼니마다 뭘 먹을지 고민이 줄면서 생활이 훨씬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식당 내부는 이른 점심부터 만석이었다.
'호텔 조식보다 낫다'는 입소문은 과장이 아니었다.
외부 방문객도 이용 가능한 뷔페식 식당은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이 이어졌다.
이날 점심 메뉴는 삼치무조림을 메인으로 수제비국, 미트볼칠리볶음, 녹두전, 열무된장나물 등이 나왔다.
갓 조리된 따끈한 국과 정갈한 반찬, 샐러드 바와 디저트까지 완비된 '호텔식 다이닝 공간'이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제공됐다.
입주민은 1만원, 외부인은 1만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인천에서 삼식이 되겠어?"= 삼식 서비스는 아파트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일단 단지 규모가 작으면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지 않는다.
수익 문제로, 인건비나 공간 대여 비용을 입주민이 부담하거나 식단가를 올려야 한다.
이로 인해 일상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들이나 삼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열파크씨티Ⅱ에 삼식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하자 식음료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인천에서 삼식 서비스가 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다수였다.
강남도 아닌데 아파트에서 밥을 사먹겠냐는 것이다.
로열파크씨티Ⅱ의 시행사인 DK아시아는 4800가구 규모의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검로푸)'에서 직영 체제로 삼식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확보했다.
특히 최소한 1500가구 이상의 단지 규모가 돼야 수익성이 생기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DK아시아 관계자는 "검로푸 운영 경험을 통해 단지 규모가 작으면 삼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1500가구 규모인 로열파크씨티Ⅱ에서도 삼식을 끝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 풀무원에서 '한번 해보자'며 검로푸의 삼식 서비스에 참여했다.
로열파크씨티Ⅱ 삼식 운영을 두고는 풀무원뿐만 아니라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 대형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DK아시아가 인천에 처음 도입한 삼식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안정적인 운영 모델로 입증되자 다른 업체들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수익을 확보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종 운영은 서울 서초구 원베일리와 성동구 트리마제 등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삼식을 제공해온 신세계푸드가 맡게 됐다.

◆종로학원·대학병원부터 단지 내 골프장·수영장까지…강남 아니라도 다 있다= 대우건설(시공)과 삼성물산(조경) 등 1군 건설사가 함께 조성한 로열파크씨티Ⅱ는 30m 복층형 실내 골프장부터 영화관, 수영장, 사우나, 키즈카페, 성별 분리 독서실, 스카이라운지까지 갖춘 호텔 수준 주거 단지를 지향한다.
피트니스센터에는 기구 하나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테크노짐' 장비를 도입했다.
DK아시아의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다.
입주민을 위해 인근 아라뱃길에서 요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단지 내에는 사설 보안요원을 상시 배치했다.
단지 내 휴게공간인 티하우스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생활비 줄이면서도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여기로 왔다"며 "단지 한 바퀴 돌고 나서 '여기다'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은 부담스럽고, 수원 광교도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요. 여기는 멀리 안 나가도 운동하고 문화생활 즐기고 다 누릴 수 있잖아요. 남편은 단지 내 골프장이 제일 좋대요. '너무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예요."
현대건설 마케팅분양실장을 지낸 뒤 최근 DK아시아에 합류한 조현욱 전무는 "아이 키우기에 정말 괜찮은 곳"이라며 "자연환경도 잘 갖춰져 있고 유해시설 없이 조용하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도심의 낡은 집에 억지로 전세로 사느니, 자연환경 갖춘 새 집에서 여유롭게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

단지에서 인천 2호선 검단사거리역과 공항철도 검암역은 차량 5분 거리다.
DK아시아는 검암역행 셔틀버스 6대를 자체 운영 중이다.
검단사거리역과 왕길초등학교를 오가는 노선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DK아시아가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DK아시아는 단지 내 교육·의료 인프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로열파크씨티Ⅱ에는 검로푸처럼 국내 유명 학원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DK아시아는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입주민을 위한 의료 혜택도 마련하고 있다.
단지 내 별도 건물에 의료진이 상주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DK아시아는 총 420만㎡(127만평), 3만6500가구 규모의 민간부문 최초 스마트에코씨티를 조성하고 있다.
1단계인 검로푸는 입주를 마쳤고 2단계인 로열파크씨티Ⅱ는 후분양이 진행 중이다.
DK아시아 관계자는 "이 일대를 인천에서 가장 좋은 부촌, '리조트형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며 "1군 건설사만으로 조성한 '프리미엄 브랜드 타운'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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