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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공격에 반도체 '슈퍼을' ASML 타격은[기업연구소]

편집자주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와 4위(2020년)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가 반도체업계 '슈퍼을(乙)'로 통하는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 면제를 요청할까.


반도체는 미국이 유럽산 수입품에 적용한 20%의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대상 품목 관세를 조만간 도입하기로 한 만큼 ASML의 장비가 관세 타격을 비켜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반도체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ASML의 대체 불가능한 '슈퍼을' 지위가 관세율을 최소화하거나, 관세를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ASML의 실적에는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 입장에서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려면 ASML이 만드는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ASML 순매출의 약 16%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에서 발생했다.


ASML은 반도체를 만들기 전 단계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를 생산한다.
미세하게 회로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리소그래피 분야 경쟁력인데, ASML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선을 그릴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낸다.
당장은 ASML을 대체할 기업이 전 세계에 없으며 ASML이 만드는 장비 없이는 고급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필요한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노광 장비 분야 1등 만들어낸 끊임없는 '혁신'

ASML은 노광 장비 분야 1등이 되기 위해 ‘무어의 법칙’을 실현해오며 성장했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0년대 창시한 개념이다.
법칙에 따르면 마이크로칩의 집적도는 2년마다 2배로 높아진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로 높아진다는 말은,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도 같은 처리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2배로 정교하게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ASML은 반도체 업계 불황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당시 잘 나가던 니콘과 캐논 등 일본 기업으로부터 견제받았지만, 그때마다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냈다.


처음부터 잘 나가는 기업은 아니었다.
40년 전만 해도 ASML은 필립스에서 막 분사한 연구개발 그룹과 ASMI(ASM 인터내셔널)가 합작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직원 수는 40여명이 전부였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비가 새는 목재 창고가 첫 사무실이었다.


"이 산업에서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은 1등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금메달을 따고 싶어해야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동메달에 만족하겠다고 결심하면, 아마 6위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끝장입니다.
" (반도체 초격차 중, 마르크 헤잉크 지음)


1985년 5월 당시 ASML 최고경영자였던 햘트 스밋(Gjalt Smit)이 네덜란드 일간지 NRC 한델스블라트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네덜란드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 분야를 키우려는 시대적 배경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ASML 연구자들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일했다.
반도체 시장의 세계적인 성장과 함께 ASML도 우상향했다.
암스테르담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ASML의 현 시가총액은 400조에 이르며 지난해 매출은 40조원을 넘겼다.



"우리 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함께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구축돼 왔다"면서 "수출 통제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이 이러한 협업을 위협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전 열린 세미나에서 수출 통제가 ASML 뿐 아니라 반도체업계의 혁신을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다양성·포용 강조하는 ASML의 기업 문화

한편, 다양성은 ASML의 내재적 가치이기도 하다.
2023년 9월 리처드 라머스 ASML 코리아 부사장은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포럼에서 ‘모두가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주제로 ASML의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라머스 부사장은 ASML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포용적인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
이러한 문화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과 실질적인 조치로 뒷받침된다”며 “특히 다양성과 포용은 명확한 전략과 실행 계획을 바탕으로 글로벌 차원의 핵심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ASML은 다양성을 매우 중요한 기업 가치의 하나로 여긴다.
다양성 영역 상위 25% 회사들이 하위 25%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인다는 이유(매킨지 보고서)에서다.
여성 고위급 임원의 승진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여성 과학자 채용에도 앞장서 왔다.
한발 더 나아가 포용성 또한 핵심 가치로 삼았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주의력결핍장애 등 신경 다양성 직원 비율도 일반 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ASML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마르틴 반 덴 브링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자신이 난독증을 겪은 일을 공개한 바 있다.
ASML의 세 가지 핵심 가치는 '세 가지 C'로 도전(Challenge), 협력(Collaborate), 배려(Care)이다.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협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 낮은 보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SML은 특정 개인이나 지위에 따라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모두가 공유하는 미션을 실현해내는 일이 최우선 과제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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