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위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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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은 인공지능(AI) 등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내실 경영 기조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만큼은 예외였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 기술 선점에는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업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는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건설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1.06%였다. 전년 1.04% 대비 0.02%포인트(p) 늘었다. 연구개발비는 1778억6600만원으로 1년 전(1642억5100만원)과 비교해 8.28%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R&D 전담조직인 기술연구원을 통해 '건설현장 Vision AI 기술 개발 1단계' 등 60여 건의 R&D 과제 추진·성과를 거뒀다.
대우건설·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들도 매출 대비 R&D 비중이 증가했다.
◆경기 불황 지속에도 R&D 비용 늘리는 대형 건설사
대우건설은 지난 2023년 0.63%에서 이듬해 0.79%로 0.16p 확대됐다. 액수로는 736억5100만원에서 830억800만원으로 12.7% 늘었다. R&D 담당조직인 기술연구원·주택건축사업본부·토목사업본부·플랜트사업본부에서 여러 R&D 과제 수행·성과를 이뤘다.
같은 기간 GS건설의 R&D 비중은 0.3p 오른 0.57%로 집계됐다. 예산은 719억9300만원에서 729억3900만원으로 1.31% 증가했다. GS건설도 R&D 주력 조직인 RIF Tech에서 'AI 기반 실시간 콘크리트 품질 이상감지 기술 개발' 등 다수의 실적을 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매출 대비 R&D 비중이 동기간 0.19p 증가한 0.60%를 기록했다. 총액은 172억6300만원에서 254억60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이들은 AI 기술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숙련 노동자의 감소로 인해 건설현장에서 AI 로봇과 자동화 기술로의 전환이 필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성 향상·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 기술 개발·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공공사업 입찰 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요구하면서, 이러한 정책 변화도 건설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이달 초 경기 용인 엘리시안 러닝센터에서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 AI 기술의 중요성을 짚었다. 허 대표는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흐름에 따르거나 이를 앞서 이끄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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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들은 AI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는 글로벌 건설 AI 시장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정용무 그래픽 기자 |
◆전 세계 건설 AI 시장 규모 확대…글로벌 경쟁력 확보 핵심 요소 'R&D'
건설사가 AI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생존과 관련이 깊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 AI 시장 규모는 오는 2032년까지 226억8000만 달러(11일 기준 한화 32조8746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만 24.5%에 이른다.
보고서는 "건설 AI는 작업의 여러 측면을 개선하기 위해 AI 기술을 개발·구현·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 건설 산업의 한 부문"라며 "산업 내에서 혁신·변혁을 위한 상당한 잠재력을 지난 성장 분야다"라고 분석했다.
건설기술정보시스템의 '건설 AI 시장·기술동향' 보고서는 AI 기술은 전체 건설업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드론을 활용한 데이터 측정, 현장 작업자에게 측정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등 이미 AI가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며 "AI는 현장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작업 효율성을 올리는 등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에서도 AI의 역할이 커지면서 미래 건설 분야에서 더 많은 역할이 부여될 것이라고 했다. AI의 활용은 효율성 극대화를 통한 이익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종합적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업의 성장 과정은 기술력이 수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R&D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신기술을 확보한 건설사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한편 R&D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중요한 요소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기술적 혁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ESG경영 시대 전략 패러다임 대전환' 보고서에서 "기술 개발·R&D 투자를 통해 ESG 신기술 역량 강화가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기업의 비즈니스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달성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