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국민연금이 올해 1분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량 보유 종목을 크게 늘리며 매수세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경기 부양책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석유화학을 비롯해 여행·화장품, 은행·증권 등의 투자 비중이 늘어났다.
반면 의류 등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 예상 업종은 투자를 줄이고 지난해 주가가 크게 뛴 종목들에 대해서는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섰다.
11일 국민연금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한 종목은 총 116개였다.
지난해 4분기(87개)와 비교하면 33%(29개) 늘어난 수준이다.
이중 지분율이 늘어난 종목은 73개였고, 41개 종목은 지분율이 줄어들었다.
나머지 2개 종목은 변동이 없었다.
국민연금은 지분율이 5%를 넘었거나 5% 이상 보유한 종목의 지분율이 1% 넘게 변동한 경우 공시한다.

지분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이수페타시스였다.
지난 1~3월 다섯 차례에 걸친 주식 매수와 유상증자에 앞선 신주인수권증서 배정으로 보유 지분율이 기존 7.43%에서 13.47%로 6.04%포인트 뛰었다.
한솔케미칼이 2.34%포인트(9.81%→12.15%) 증가해 그 다음으로 높았고, 이어 이마트(2.24%포인트), 현대제철(2.22%포인트), 현대건설(2.2%포인트), 한화비전·엠로(2.16%포인트) 순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석유화학주 투자를 눈에 띄게 늘렸다.
국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 중 금호석유화학(2.08%포인트), 롯데케미칼(1.11%포인트), LG화학(1.04%포인트)의 보유 지분율이 올라갔고 대한유화(1.03%포인트), SK이노베이션(1.02%포인트)에 대해서도 1%포인트 이상 지분율을 높였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추진 중인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 정책'에 따라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행, 화장품 업종 투자 비중도 늘어났다.
한국콜마(2.1%포인트)를 비롯해 신세계(1.08%포인트) 아모레퍼시픽(1.02%포인트), 하나투어(1.02%포인트) 등이다.
중국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은행·증권주도 잇달아 담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2.07%포인트로 가장 많이 늘어났으며 BNK금융지주(1.02%포인트), DGB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1.01%포인트), 카카오뱅크(1%포인트) 등도 1%포인트대로 늘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전통산업 투자 확대 움직임에 소재·산업재 등 가치주 비중을 늘리고 있고, 소비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삼화전기·명신산업(-2.31%포인트), 넥센타이어(-2.04%포인트), 지에스피앤엘·오리온홀딩스(-2.02%포인트), 올릭스(-1.32%포인트), 한올바이오파마(-1.16%포인트) 순으로 지분율을 크게 축소했다.
지분율 감소 종목 면면을 보면 국민연금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선제 대응하는 양상도 나타난다.
국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의 주식 지분율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영원무역홀딩스(-1.02%포인트), 한세실업(-1.00%포인트), 화승엔터프라이즈(-0.05%포인트) 등이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에 대해 "주요 생산 지역인 동남아시아 의류 제품의 대미 수입 관세율은 미국 대비 현저히 낮아 관세 부과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상호관세가 미국 내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분석했다.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은 일부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
국민연금이 1분기 지분율을 -1.03%포인트 줄인 한화엔진의 경우 주가가 지난해 4월 9000원대에서 올해 2월 2만8750원까지 치솟았다.
STX엔진도 같은 시기 1만2000원대에서 3만1000원대로 급등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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