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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자재를 정리하고 있다.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18만 5000명 줄어들며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고용 한파가 현장 체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
“일이 없어요. 건설현장에 일이 안 잡힌 게 벌써 석 달째입니다”
서울 근교 한 인력사무소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50대 남성 박모 씨는 요즘 아침마다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서기 일쑤다.
체감 경기는 이미 한겨울처럼 냉랭하지만, 지난달 취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58만 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 3000명 증가했다.
이는 1월(13만 5000명), 2월(20만 3000명)에 이어 세 달 연속 10만 명 이상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증가폭이 46만 9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규모는 절반 이하로 둔화됐다.
고용이 늘어난 주된 배경은 정부 재정 사업과 보건·복지, 공공행정 분야 일자리 증가에 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1만 2000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 분야에서 8만 7000명, 금융·보험업에서 6만 5000명의 취업자가 늘었다.
이는 공공 및 서비스 부문 중심의 고용 창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기와 직결되는 민간 제조·건설 부문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1만 2000명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11월(-11만 3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조업 고용은 9개월 연속 줄고 있으며, 최근 수출 증가세 둔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은 전체 취업자의 약 14%를 차지하는 산업으로, 구조적 고용 한파가 장기화될 경우 전체 고용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건설업 취업자는 18만 5000명 감소해,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통상 건설 경기는 경기 변동에 선행하는 경향이 강하다.
건설업 고용이 11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자금경색·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축 등 작년부터 이어진 건설업 위기가 본격적으로 고용시장에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별로 보면 고령층 중심의 고용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6만 5000명 증가했고, 30대는 10만 9000명 늘었으나, 15~29세 청년층은 20만 6000명 줄었다.
청년층의 경우 작년 3월(15만 2000명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20만 명 안팎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고용 회복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44.5%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하락하며 2021년 3월(4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학교 재학 등으로 인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도 원인이지만, 동시에 청년층이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자체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업자는 91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 6000명 늘었고,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1620만 1000명으로 4만 명 감소했다.
다만 ‘쉬었음’ 인구는 7만 1000명 증가했고, 특히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5만 5000명으로, 3월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으로는 고용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청년층과 민간 제조·건설 부문의 위축이 뚜렷하다”면서 “하반기 수출과 건설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고용 흐름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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