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가·업황 악화 '삼중고'에 감사 의견 '거절'까지
최대주주도 주식 압류중
11일까지 이의 신청…무산 시 상폐 심사 착수
![]() |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달 21일부터 10거래일째 거래 정지 중이다. 사진은 금양이 생산하는 4695배터리와 21700배터리. /금양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부산 소재 코스피 상장사 금양은 지난 2023년 7월 2차전지 '황태자'로 불렸다.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른 2차전지 업종 호황으로 에코프로가 주당 100만원을 돌파해 '황제주'로 불렸던 시기, 광풍에 편승해 개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폭발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불거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제한)에 따라 2차전지 업황이 급격히 악화했고, 소액주주 비중이 65%에 달하는 금양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20만원을 목전에 둔 주가는 20개월 만에 1만원 밑으로 떨어졌고, 10조원을 넘보던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6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
금양의 폭락은 급기야 상장폐지 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하자 당국은 금양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고, 감사인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거래가 정지된 영향이다. 적자 전환한 실적과 유상증자 계획마저 무산되면서 전망도 밝지 않다.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절차를 밟자 주주들은 냉가슴을 앓으면서 거래가 재개되기만을 바라는 시각도 감지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달 21일 9900원에 거래를 마친 후 거래소로부터 거래정지 종목으로 지정돼 10거래일째 거래되지 않고 있다.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 측은 "지속적인 투자유치와 공장 완공 후 이를 담보로 한 자금조달 계획 이행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손익항목에 대한 수정을 위해 합리적으로 추정 가능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양은 감사 거절에 유감을 표하고 거래소에 이의 신청을 준비하면서도 우선 지난달 24일 사과문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금양은 24일 사과문을 통해 "오래전부터 당사의 가치와 비전을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 여러분께 너무나도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빠른 시간 안에 해소해 거래가 재개되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1978년 설립된 금양은 애초 발포제 등 제품을 생산하는 정밀화학업체였으나 2020년 팬데믹 시절 2차전지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주목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후 '대장주' 에코프로를 중심으로 2차전지 종목이 국내 증시를 주도하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 등 금융계 인플루언서들도 금양의 성장성을 주목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역대 최고가는 2023년 7월 26일 기록한 19만4000원이며 당시 시가총액은 9조원을 웃돌았다.
류광지 금양 회장은 안정보다 변화를 택했다. 주가 급등으로 기업 가치가 오르고 투자금이 확대되자 몽골과 콩고 광산에 투자하거나 부산에 2차전지 공장을 건설하는 등 유입된 자금 대부분을 시설 투자로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역시 설비 투자 확대가 목적이다.
![]() |
8일 기준 금양 주가는 고점이던 지난 2023년 7월 28일 19만4000원 대비 94.89% 내려와 있다. /더팩트 DB |
그러나 과감한 사업 확장은 업황이 악화하자 잠재적 악성 채무로 변했고, 떨어진 주가는 유동성마저 발목을 잡으면서 신용등급 두 계단 하향 조정이라는 수모를 겪게 했다. 이처럼 자금 조달처를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불투명해지자 올해 1월 최후의 보루였던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고, 이는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는 원인이 됐다. 벌점은 어느덧 17점까지 불어났고, 관리 종목 지정 기준인 15점을 넘으면서 코스피 200에서도 쫓겨났다.
금양 주식 22.09%를 보유한 최대주주 류 회장 개인의 오너 리스크도 감지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부산진구청은 류 회장이 보유한 금양 주식 803만1103주를 압류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12.5%에 해당하며, 거래정지 직전 주가인 주당 9900원 기준 약 795억원에 달한다. 주식 압류 배경은 지방세 체납이다. 류 회장은 국세 314억원과 지방세 29억원을 체납 중이다.
현시점에서 금양의 거래정지가 풀리고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이유다. 류 회장이나 금양 경영진들도 사과문이나 주주총회 등을 통해 구체적 자립 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주가는 고점 대비 95% 넘게 내려와 있고 유상증자 계획도 실패한 마당에 자립할 수 있는 동력을 잃은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어서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증권가의 외면도 소액주주들의 고심을 깊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양에 투자의견을 제시한 마지막 리포트는 2022년 9월 상상인증권의 '과감한 사업 확장 목표'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이후 금양은 국내 증권사로부터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받지 못했다. 금양 등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 급등을 테마성 강세로 바라본 당시 증권가의 일부 시각이 2023년 적자 전환한 사업보고서를 발표한 지난해부터 힘을 얻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발행주식 10주 중 6주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볼멘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금양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와 종목 토론방 등을 통해 "지금이라도 팔 수 있게 거래 정지라도 풀어줬으면", "머리는 류광지 회장을 믿는데 마음은 믿기가 어렵다", "에코프로 무너졌다고 해서 구경하러 갔죠. 그런데 보고 오니 금양이 무너진 거예요. 보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요즘 폭락장이라 거래정지가 안됐으면 더 떨어졌을 테니 신의 한 수일 수도" 등 부정 반응 일색이다.
연대행동에 나서는 주주도 있다. 7일 기준 국회전자청원 게시판에는 동의가 진행되고 있는 금양 관련 청원이 총 2건으로, 모두 금양의 관리종목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동의 수는 각각 1만4505명, 7302명이다.
한편 금양은 거래소에 거래정지에 대한 이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후 심사를 통과해 개선 여부가 결정되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고 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감사가 통과되면 7000억원을 들여 설립 중인 부산 기장공장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해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양의 이의 신청 마감 기간은 오는 11일이다. 단,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바로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