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자본시장 제도 전반에도 상당 부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던 상법개정안은 물론,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른바 '쪼개기 상장' 규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재차 힘을 받을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오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과 관련해 "바로 조기 대선 체제다.
인용 결정 자체가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민주당의 경제·금융정책들이 현실화할 수 있고, 시장은 이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각 당은 서둘러 공약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차기 대권을 잡을 경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 A교수는 "대주주 영향력을 축소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정책, 순환출자 규제 강화를 통한 재벌 지배구조 개편,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같은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들이 다시 한번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이 물적 분할을 통해 신설 회사를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을 사실상 금지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도 이달 초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상법개정안 역시 시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황 연구위원은 "대선 후 재발의, 통과되면 그때는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것"이라며 "상법개정안은 (민주당이 강조해온)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경영대학 B교수 역시 "탄핵 인용 시 민주당에 힘이 쏠릴 것"이라며 "상법개정안은 (시행)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소액주주 보호 등의 취지는 100% 공감하지만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재계의 우려대로)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을 분명히 느리게 만들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상법개정안은 통과될 것"이라며 "(정권 교체 시 새 정부는) 재정을 통해 경기를 적극적으로 부양하고자 할 것이다.
재벌 규제도 과거처럼 (강하게) 규제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경우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측면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 연구위원은 "민주당의 정책들을 보면 밸류업과 사실상 일맥상통하는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 등이 있었다"며 "오히려 더 적극적인 형태로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고, 투자자 보호에 진심"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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