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자사주 매입 등 계획 없어
미온적 주주환원에 KCGI 인수 불발 기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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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증권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와 인수합병을 9개월째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마쳤다.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양증권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CGI와 인수합병을 9개월째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가운데 주주총회를 마쳤다. KCGI 측 인사들이 신규 이사로 선임되는 안건들은 통과했으나, KCGI의 인수가 불발되면 효력은 사라지는 형태다. 그러나 불편한 동거를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매각 이슈로 치솟던 주가는 반토막 난 채 6개월째 횡보 중인 데다, 이적을 번복하고 회사에 남기로 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는 주주환원에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양증권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배당, 정관 변경, 사내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등을 가결했다.
우선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했다. 배당 역시 지난해보다 150원 오른 보통주 1주당 950원, 우선주는 1주당 1000원으로 결정됐다.
인수를 추진 중인 KCGI 측 인사도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가 사내이사로, 정태두 KCGI 부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한양증권이 KCGI에 매각되면 두 신임 이사는 KCGI의 한양증권 연착륙에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수합병 시계는 답보 상태다. 한양증권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은 지난해 7월 한양증권을 매물로 내놓고 같은 해 8월 KCGI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실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되면서 9개월째 주인이 바뀌지 못하고 있다.
KCGI는 오는 6월까지 인수합병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KCGI가 인수가로 산정한 2204억원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차순위인 LF그룹도 여전히 한양증권과 함께 주주들의 입방에 오르내리는 이유다.
소극적인 주주환원 기조도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양증권은 이번 주총을 통해 배당을 늘렸으나 배당은 최대주주에도 해당하기 때문에 주주환원책으로 보고 있지 않는 견해가 있다. 또 주주들이 꾸준히 제기했던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계획 역시 이번 주총에 없었다.
실제로 이날 한양증권은 전날보다 1.18% 내린 1만1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던 지난 2024년 8월 5일 1만941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후 10월 들어 급락했다가 여섯 달째 1만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이 권고한 밸류업 공시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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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는 지난달 다올투자증권의 러브콜을 받고 다올투자증권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다올투자증권 대표에 오르려 했으나, 주총 직전 이적을 번복하고 한양증권에 남았다. /한양증권 |
이렇다 보니 일부 주주들은 KCGI 인수가 불발되기를 기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양증권 주주는 온라인 종목토론방 등을 통해 "잡음 많고 리스크도 많은 KCGI 이사진 선임은 부결이 돼야 했다", "자사주 얘기는 이번에도 없네",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하는데 주주환원을 늘리면 될 일이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임 대표의 이날 주주총회 발언도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을 사고 있다. 인수합병이 지연되고 대표의 거취 번복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 대표가 주총에서 주가 부양책을 묻는 주주들의 질문에 "주가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KCGI에 인수되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임 대표는 주총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다른 형태의 주주환원도 검토해 달라는 주주의 요청에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더라도 결국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며 "일반적인 증권사와 다른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고 주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좋은 실적을 통해 한양증권이 밸류를 갖는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주주환원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에 관심 없다는 것은 주가보다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니 액면 그대로 안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임 대표의 발언은 회사가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주가 부양보다는 회사의 장기적 가치에 주목해달라는 취지로 보인다"면서도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주가도 제자리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당장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인수 건이 마무리되고 저평가된 주가가 정상적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