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은 정말 노력 많이 해야 한다.
" 최근 금융위원회 고위 공직자가 기업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한 말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데 이어 다른 고위 공직자도 날 선 말을 꺼낸 것이다.
지난 2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검사를)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과 (사고) 액수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한 두 명의 일탈이 아닌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 감독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금융회사의 부당대출을 강도 높게 비판조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부당대출 규모가 크다.
금감원이 주장하는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금액은 58건, 882억원에 달한다.
앞서 금감원이 발표한 우리은행 2334억원(101건), KB국민은행 892억원(291건), 농협은행 649억원(91건) 중간 검사 결과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규모다.
게다가 부당대출 내용과 대응 방식도 매우 심각하다.
기업은행의 전·현직 임직원과 그 배우자가 토지매입, 공사비, 미분양 상가 관련 부당 대출을 조직적으로 실행했다.
친인척, 입행 동기, 사모임 등 내부인과 지인들이 다양하게 얽혀있었다.
더 심각한 건 수검 태도다.
기업은행은 관련 내용을 제보받고 자체 조사를 실시했지만, 금감원에 축소해 보고했다.
심지어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자 일부 직원들은 자체 조사 자료를 삭제하고, 사내 메신저 기록까지 지웠다.
이 원장이 기업은행 부당대출에 대해 공개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라고 일갈한 이유다.
기업은행은 친인척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드는 등 후속 조치를 내놓고 '쇄신위원회'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기자가 기업은행에 쇄신위원회의 대략적인 내용과 출범일을 묻자 "열심히 쇄신안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쇄신위원회의 출범 시기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하지도 않은 채 먼저 발표부터 한 셈이다.
친인척 DB 구축은 이미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이 검사 이후 내놓은 방안이다.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우왕좌왕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업은행은 재발 방지 마련부터 운영까지 시중은행들과 계속 비교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공공의 역할과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금융위 고위 공직자의 말대로 기업은행은 이제 어떤 방식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인지, 앞으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말 노력 많이 해야 한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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