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소득이 불안정한 20·30대 남성
94%가 친구·가족 등 지인과 짜고 작업
SNS로 공모자 모집 후 역할 분담하기도
수법 살펴보니 62%, 진로변경 차량에 ‘꽝’
대인 보험금이 55억… 대물 27억의 2배
당국 “예방활동 강화…기획조사도 확대”
퇴근 후 집으로 향하던 A씨는 한 사거리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1차로에서 좌회전을 진행하던 중 2차로에서 함께 좌회전하던 B차량과 갑자기 충돌한 것이다.
사고 직후 B차량 운전자는 기다렸다는 듯 합의금을 요구했고 당황한 A씨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보험 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B차량이 충돌 직전까지 감속이나 회피 없이 그대로 주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다발 장소에서 보험금을 노린 전형적인 고의사고 수법이었다.
결국 B차량 운전자는 경찰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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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연합뉴스 |
고의사고 혐의자들은 대부분 소득이 불안정한 20∼30대 남성이었는데,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모자를 모집하는 알선·유인 행위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자동차 고의사고 조사를 실시해 1738건의 고의사고를 야기하고 82억원을 편취한 혐의자 431명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적발된 혐의자들은 전년(155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 고의사고 혐의자들은 주로 소득이 불안정한 20~30대(88.6%) 젊은 남성들이었다.
직업별로는 일용직(23명), 배달업(21명), 자동차 관련업(17명), 학생(16명) 등이 많았다.
혐의자 431명 중 403명(93.5%)이 친구, 가족 등 지인과 사전에 고의사고를 공모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SNS를 활용해 자동차 고의사고 공모자를 모집한 뒤 범행을 실행한 사례도 잇따라 확인됐다.
온라인 카페 등에 ‘공격수 구합니다’ 등의 광고글을 게시해 공모자를 유인한 뒤 고의사고 혐의 차량에 여러 명이 동승하거나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분담하는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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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사고 혐의자들은 주로 합의금 등 대인 보험금을 노리고 자가용, 렌터카, 이륜차를 활용해 고의사고를 냈다.
편취금액 82억원 중 대인 보험금이 55억원으로 대물 보험금(27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이들은 진로를 변경하는 상대 차량을 확인했음에도 감속하지 않거나 속도를 올려 고의로 추돌하거나(62.0%), 교차로에 진입하거나 좌·우회전하는 상대 차량을 확인하고도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접촉(11.9%)하는 등 수법을 썼다.
버스터미널 사거리 등 교통량이 많거나, 회전교차로·합류 차선 등 취약한 도로환경, 시야가 어두운 야간을 이용한 사고가 잦았다.
또 경찰신고를 회피(94.4%)하거나, 다수의 공모자와 동승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속한 합의를 유도하거나 편취금액을 확대했다.
금감원은 자동차 고의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기획조사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의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운전을 생활화하고 고의사고가 의심될 때에는 반드시 보험회사나 경찰에 사고 발생 사실을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상대방 탑승자를 확인하고 사고현장 사진 또는 목격자 진술, 블랙박스 등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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