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한 달째 공모가 웃돈 적 없어
주관사 한투, 아이지넷 주가 횡보하면 10억 이상 손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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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아이지넷은 지난 19일 3450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월 7일 상장 후 공모가(7000원)보다 50.71% 낮은 수치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 2월 상장한 인공지능(AI) 인슈어테크업체 아이지넷의 주가 부진이 깊어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장 당시 주관사를 맡았던 한국투자증권은 아이지넷의 일반 공모주 청약자들을 대상으로 풋백옵션을 부여해 기업공개(IPO) 흥행을 이끌었으나, 정작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보다 단 한번도 오르지 않고 있어 잠재적 손실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아이지넷은 전 거래일 대비 0.81% 내린 345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7일 기록한 최저가(3145원)보다 소폭 올라와 있으나 공모가인 7000원 대비로는 50.71% 내려와 있다.
거래량도 저조하다. 지난 17일 197만여주가 거래된 것을 제외하면 최근 10일 기준 평균 거래량은 10만주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상장 주식수가 1823만4437주임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지 않아 향후 반등 가능성도 적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이지넷의 주가는 지난 1월 20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145.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증거금 2555억원을 기록하는 등 IPO 과정에서는 흥행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총 2097개의 기관이 참여해 1138.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밴드 최상단의 공모가를 가져오기도 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성공적인 IPO라며 자평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청약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두며 아이지넷의 기업가치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마이데이터 기반의 독보적인 플랫폼 기업으로서 GA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확장성 및 베트남 시장 진출 등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금번 청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다"고 평가했다. 풋백옵션을 통해 투자자 보호 뿐만 아니라 아이지넷의 상장 성공에 대한 자신감까지 내비친 해석이다.
그러나 시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예상과 달랐다. 상장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상장 첫날에도 37.8%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주가는 정확히 공모가 대비 반토막이 났다. 아이지넷에 공모주 청약했다가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는 투자자들은 아직 수익을 1원도 보지 못할 뿐더러 손실 규모는 장을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이지넷이 상장한 이후 아이지넷의 주주가 된 투자자와 달리 공모주 청약을 통해 주식을 배정받고 그대로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태평한 상황이다. 풋백옵션을 발동 시키면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주식을 사주기 때문에 손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이지넷 상장을 주관하면서 일반투자자에 한해 상장 후 6개월 동안 아이지넷 주가가 부진하면 공모가액의 90%로 주식을 되사겠다는 풋백옵션을 걸었다. 공모가가 7000원이었기 때문에 향후 풋백옵션을 발동하면 주당 6300원에 주식을 다시 사주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19일 종가보다 무려 82.60% 높은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아이지넷 상장을 통해 주관 수수료 약 7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도 모두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이지넷이 상장 당시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한 물량은 50만주로, 전량 풋백옵션이 발동되면 한국투자증권은 약 12억원을 들여 투자자들의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코스닥 규정에 따른 상장주선인의 의무 인수분도 리스크를 더한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한 아이지넷 주식은 약 6만주로 해당 지분은 상장일로부터 3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여기에 풋백옵션을 통한 잠재적 손실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불어날 예정이다. 지난 2월 7일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아이지넷의 상장 후 6개월이 되는 시점은 오는 8월 7일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풋백옵션은 고위험 공모주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안전 장치로 마련됐으나, 그간 다수의 증권사들은 청약 흥행을 위해 사용해 왔다. 특히 상장 첫날만큼은 주가가 공모가보다 대부분 오르고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하는 공모주 청약 투자자들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풋백옵션이 발동되더라도 주관사의 손실은 미비했다"면서도 "아이지넷처럼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제 상장 한 달째밖에 되지 않았으나 향후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상장 주관사의 자신감이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