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마저도 국책사업으로 많이 진행했는데 이번 정부 들어 지원이 뚝 끊겼죠. 한국 자동차 산업이 미래에도 기술 패권을 가져가려면 일명 '스타' 강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대로 미래차 산업 생태계가 다 무너지면 10년 내로 중국에 패권을 완전히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 (A 부품사 R&D 센터장)
18일 자동차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미래차 분야의 부족 인력은 연평균 3000명을 웃돈다.
2022년 3266명, 2023년 4769명, 지난해 3781명 등 최근 3년간 인력 공백이 1만1816명에 달했다.
위원회는 "내연기관과 미래차에 공통 사용되는 동력계, 제동장치, 수동 부품부터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을 위한 인지·판단 부품 제조까지 전 영역에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래차 기술은 상용화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인력 부족, 기업의 자금난 등으로 기술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사 R&D 센터장의 일침은 통계보다 더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원하는 경력의 엔지니어는 몸값이 너무 비싸고 어렵게 해외에서 구해오면 1년도 안 돼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해 버린다"며 "친환경 부품 개발과 생산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이뤄내려면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연구진이 빈번하게 교체되는 탓에 불량률이 높고, 그러다 보니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영 여건 악화에 관세 장벽까지 겹쳐 수출이 고꾸라지는 상황에서 미래차 R&D 뚝심을 지키는 오너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정책자금을 풀든 강소 기업에는 대출금리를 내려 주든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심각성을 모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미래차 분야 인력난은 하드웨어(HW)부터 소프트웨어(SW)까지 전방위적이다.
특히 자동차 SW 인재는 절대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SW 인력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00명 이하로 추산된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구성의 핵심이 되는 국내 SW 전문 기업도 10개 미만으로 추정된다.
자율주행 R&D 인력의 경우 쟁탈전이 더 치열하다.
이들은 완성차 업체가 아니더라도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고급 인재 특별채용에 대한 노조의 거부감, 감당하기 버거운 고연봉, 공대 천시 문화 등도 걸림돌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 테슬라, 구글 등에서 활약하는 미래차 엔지니어 연봉은 4~5억 수준으로 현대차의 3.5배 이상"이라며 "연봉을 맞춰준다고 해도 노조의 반발을 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지시로 실리콘밸리 출신 인재를 특별채용했는데 이마저 오너가 구속되고, 노조가 득세하면서 완전히 막혀 버렸다"며 "삼성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빅테크와의 인재 경쟁에서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나 1차 협력사에 재직 중인 인력이 국내외 IT 기업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발자에 대한 처우가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선택지가 늘어났고, 최근에는 고환율로 해외 기업에서 한국 기업에 돌아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2·3차 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SW 인재 구하기는 더욱 하늘의 별 따기다.
부품사들도 미래차 전환을 위한 R&D가 필요한데, 애써 채용을 해도 경력을 쌓고 동종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드웨어의 경우 전기차 정비, 배터리 관리 등 분야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그나마 고급 인재를 꾸준히 채용하지만 부품사들은 SDV 등에 대한 준비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며 "지방 소재 부품사는 어렵게 SW 인력을 뽑아도 3~4년 지나면 수도권 기업으로 떠나버려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처럼 자동차·부품 생산에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확대하는 내용의 정책 제언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한지연, 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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