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지난해 DB하이텍서 34.5억원 수령
미등기임원 김남호도 24.6억원 받아
소액주주 "회사에 손해 끼쳐…손배소 제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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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창업회장(왼쪽)과 김남호 회장이 지난해 DB하이텍으로부터 각각 34억5300만원, 24억6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더팩트 DB, DB그룹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DB그룹 오너 일가가 그간 과다한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지난해에도 약 60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DB그룹 계열 반도체 제조사인 DB하이텍은 지난 13일 2024년도 사업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를 살펴보면, 김준기 창업회장은 지난해 DB하이텍으로부터 급여 34억원, 기타근로소득 5300만원 등 총 34억5300만원을 받았다. 아들 김남호 회장은 급여 15억원, 상여 9억6300만원 등 총 24억6400만원을, 딸 김주원 부회장은 급여 3억5000만원, 상여 1억9000만원 등 총 5억4100만원을 수령했다.
회사 측은 임원 급여 기준에 따라 보수를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오너 일가가 연간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긴 점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원들의 보수는 400만원 줄었으나,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보수는 오히려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950억원으로, 전년보다 26.52% 감소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 입장에서도 재차 분개할 만한 대목이다. 그간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창업회장(미등기임원)이라는 직위를 유지하며 막대한 보수를 받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지난 2017년 가사도우미 피감독자간음죄 및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발돼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도주 논란을 일으키다 체포된 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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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대주주의 지위를 앞세워 주주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이익을 챙겼고, DB하이텍에도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DB하이텍 |
소액주주들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미등기임원인 김남호 회장의 보수 또한 과다하다고 지적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은 2021~2023년 DB하이텍에서 179억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는 등기이사들의 총 보수인 59억원의 3배에 달한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 대주주의 지위를 앞세워 주주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이익을 챙겼고, 회사에도 손해를 끼쳤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키우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이사나 회사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며 "김준기·김남호 부자에게 지급한 보수는 업무 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로 보기 어려우며, 대주주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일반 주주의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회사의 이익을 자신에게 특별 배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말 회사 측에 공문을 보내 "지배주주에게 보수를 근거 없이 과다 지급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회장,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양승주 DB하이텍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DB하이텍 측은 소제기 청구 요청에 대해 뚜렷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개혁연대는 <더팩트>에 "회사가 소액주주의 요구를 거부했다. 조만간 직접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소제기 요청에 대한 별도 응답을 하지 않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