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접근해야"…비트코인 비축 관련 첫 입장
높은 가격 변동성 우려…IMF 산정 기준에도 미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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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6일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김수민 기자] 한국은행이 16일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과 관련해 '높은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최근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기로 하면서 국내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자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한은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의 서면 질의에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관해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가 없다"며 "비트코인의 외환보유액 편입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은이 비트코인 비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우려했다. 한은은 "가상자산 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거래비용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 1억6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억1000만원대로 추락하는 등 급등락을 이어가고 반복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산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외환보유액은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해 유동성과 시장성을 갖추고, 태환성이 있는 통화로 표시되며,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적격 투자 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IMF 기준이다.
아울러 "체코, 브라질 등 일부 국가가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중앙은행, 일본 정부 등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 의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비트코인 전략 자산 지정은 따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 범죄 수익 등으로 몰수된 비트코인을 비축하겠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도 같은 이유로 보유한 비트코인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외환보유액에 편입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신중론 입장을 보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대선 공약대로 비트코인의 전략 비축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민·형사 몰수 절차의 일환으로 압수된 연방 정부 소유 비트코인을 비축 대상으로 하고, 당장 추가 매입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su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