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은행채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자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이달 들어 가계대출 금리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NH농협은행이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하나은행은 0.15%포인트, 신한은행은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인하했다.
주요 은행이 줄줄이 대출금리를 내린 것은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전월 대비 0.21%포인트 확대된 1.38%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0.43%포인트였던 예대금리차 평균은 6개월 연속 확대돼 1.3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은행권 금리 인하 시기가 최근 토허제 해제에 따른 아파트 가격 반등과 겹쳤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서울 송파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72%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도 0.69%, 0.62% 상승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모두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18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리가 내리고 부동산 가격은 오르자 가계대출 수요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전 금융권에서 5조원 늘었는데, 이는 작년 10월(5조5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주담대가 대폭 늘면서 금융권 가계대출은 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이 가계대출 취급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고, 이사수요 등이 겹치자 가계대출이 다소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다만 3월 들어 주담대 실행이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관리 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속내는 복잡하다.
가계대출 잔액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13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은행 가계대출 관리조치 완화 △서울 일부 지역 토허제 해제 등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활황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데 통상 2~3개월가량 시차가 있다”며 “시장이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향후 가계대출이 폭증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장문기 기자 mkmk@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