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대 증권사 중 절반이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생산성(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 지표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테일 강자로 손꼽히는 키움증권이 독보적인 생산성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대형 증권사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아시아경제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서비스에 게재된 증권사 실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8조1104억원으로 전년(4조8264억원) 대비 6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전무했던 영업이익 '1조클럽'에도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영업이익 성장은 생산성 증대로 이어졌다.
10대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2023년 2만3655명에서 지난해 2만3430명으로 소폭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약 2억400만원에서 3억4600만원으로 69.7%가량 뛰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로 위탁매매 수익이 증가했고, 하반기로 갈수록 해외주식 투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해외주식 위탁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0대 증권사 중에선 키움증권의 1인당 영업이익 약 11억원을 넘어서며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대비 상승 폭도 가장 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종업원 수가 적어 생산성 지표 계산에서 이득을 많이 본 것 같다"며 "금융센터 일선에 저연차 직원이 다수 포진하는 등 증권가에서 젊은 축에 속한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지난해 약 1조98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만에 '1조클럽'에 복귀한 키움증권은 종업원 숫자가 대형 증권사들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적은 게 특징이다.
메리츠증권 역시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생산성 부문 2위를 달리며 키움증권의 뒤를 바짝 쫓았다.
기업금융(IB) 실적 개선과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운용수익 증가로 1조5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인당 생산성 7억원대에 안착했다.
10대 증권사 중 리테일 부문이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에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절대강자인 키움증권과 견줄 수 있는 생산성 성적표를 받았다.
뒤이어 삼성증권(4억6700만원), 한국투자증권(4억3800만원), 미래에셋증권(3억4500만원), NH투자증권(2억8800만원), KB증권(2억5700만원) 등 '빅5'가 나란히 상위권에 입성하며 체면을 지켰다.
2023년 36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냈던 하나증권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순위권에 재진입했다.
최근 국내 증시 호조로 거래대금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상위 증권사들의 실적도 상승 기류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국내 증시 일평균거래대금은 2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늘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해제, 대체거래소 활성화, ISA 세제 혜택 확대 등 거래대금 증가에 우호적인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커버리지 증권사들의 합산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11%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늘어나는 거래대금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2017년 0.081%(해외 0.181%)에 달했던 국내 증권사의 합산 수수료율(위탁매매)은 지난해 3분기 0.038%(해외 0.114%)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발달로 개인투자자들의 증권 거래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다툼도 뜨겁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국내 MTS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255만명을 돌파하며 적은 인력으로 최상위 실적을 낸 비결을 드러냈다.
다른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지난해 7~8월에도 상승 곡선을 이어가며 260만명에 육박했다.
'빅5' 가운데에선 미래에셋증권(239만명)과 삼성증권(234만명)이 2위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였다.
KB증권(206만명)은 지난해 1월, 4월, 5월 MAU 왕좌에 올랐으나 하반기 부진으로 200만명 선이 깨지면서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졌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앞세운 메리츠증권의 상승 곡선도 눈에 띈다.
온라인 전용 투자 계좌인 '슈퍼365' 이용 고객에게 2026년 12월까지 국내·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는 물론 달러 환전 수수료까지 받지 않기로 하면서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격적인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말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고객 예탁자산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7조원을 돌파했다.
안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퇴직연금과 자산관리시장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 예탁자산 확보를 위한 증권사들의 수수료율 경쟁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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