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출자할 사모펀드(PEF)의 허들을 높이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 회생 사태로 비판적 시선이 커지자 과거 투자 수익률 기록뿐만 아니라 경영 안정성 등도 평가 항목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올해 출자 사업에서 평가 방안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고위 관계자는 "최근 MBK 사태 등 사회적 물의를 빚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보고 있다"며 "경영 안전성 등 이런 부분들을 포괄적으로 운용사 선정 평가에 녹여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 사학연금과 함께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기관투자자다.
국민연금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모펀드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시 책임투자 관련 정책과 지침 수립 여부, 현황 등을 평가해 가점을 주는 식이다.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 분야에서는 책임투자 가점제도를 시행 중인데 이를 대체투자 분야까지 확대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다.
교직원공제회도 같은 맥락으로 평가를 강화한다.
투자 기업을 잡음 없이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기로 한 것이다.
특히 PEF가 별도의 기업 경영 조직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규모와 능력뿐만 아니라 투자회사를 경영하는 능력까지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정량적 수치뿐만 아니라 이같은 정성적 영역에도 평가 비중을 싣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부 기관투자자는 대형 운용사에 한 번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보다는 중·소형 운용사에도 금액을 쪼개 분산투자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입김이 강한 곳일수록 더 고민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도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단순 투자 실패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도덕적 해이'로 바라보고 있다.
정상 영업 중인 홈플러스를 업황이 부진하고 투자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기업회생 신청을 하면서 홈플러스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은 물론 홈플러스 채권에 투자한 개인들까지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도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IB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장벽이 생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잘못은 비판받고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걸 이유로 전체 펀드 선정 평가와 기준이 바뀌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한 공제회 고위 관계자는 "모든 투자는 실패와 성공 가능성이 공존하고, 투자 실패 사례는 늘 있었다"라며 "그때마다 이렇게 투자와 평가 기준을 손보는 게 꼭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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