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나치’식 인사에 미·유럽서 불매 운동
매장 앞 시위… 방화로 차량·충전소 불타기도
주가 222.15달러…12월18일 대비 65% 하락
테슬라 전기차는 친환경적이고 진보적이라는 평가 속에 정보기술(IT) 종사자나 진보 성향의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제 반대 상황이 됐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시 후보)을 적극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해 연일 보수적 색채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진보 성향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테슬라의 강점이었던 머스크는 이제 테슬라 최대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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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테슬라 차량을 '사지 말라'는 피켓을 들고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지아=EPA연합뉴스 |
같은 기간 ‘테슬라를 절대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39%에서 63%로 껑충 뛰었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머스크가 테슬라의 위험 요소라고 판단하긴 이르다.
그간 전기차 시장 상황이 변했고, 다른 차량 제조사들의 경쟁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발표된 수치를 더 들여다보면 이런 소비 심리 변화에서 정치적 요소를 읽을 수 있다.
조사에서 비 테슬라 전기차 구매자의 약 50%는 민주당 또는 진보 성향이며, 공화당 또는 보수 성향은 20%에 그쳤다.
테슬라 구매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같은 기간 40%에서 29%로 하락했다.
이런 구매 의향 변화는 미국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두드러진다.
시빅사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1월까지만 해도 민주당 지지자의 테슬라 선호도 비율은 39%로 유지됐지만, 7월엔 16%까지 떨어진다.
같은 기간 공화당 지지자의 선호도도 36%에서 23%로 떨어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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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의 테슬라 주차장에 불에 탄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주차되어 있다. 시애틀=AP연합뉴스 |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난해 테슬라의 등록 대수는 20만3221대로 전년 대비 12% 줄었다.
캘리포니아주는 정치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다.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머스크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당시 후보)을 지지하며 2억8800만 달러를 기부했을 때만 해도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가 거친 극우적 언사를 쏟아내고,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미국의 공무원들을 대량 해고해 사지로 내몰면서 테슬라의 주가는 빠르게 내리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트럼프와 손잡고 정부효율부에서 일하는 것이 테슬라 브랜드에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여전히 기술적 요인과 가격 경쟁력이 테슬라의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는 반대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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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앞에서 시위대가 일론 머스크에 반대하는 '테슬라 테이크다운(Tesla Takedown)'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패서디나=AFP연합뉴스 |
트럼프와 머스크에 대한 반감 속에 미국에선 테슬라 매장 앞에서 정권 규탄이나 불매 시위가 벌어지고, 테슬라를 향한 방화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의 쇼핑센터 용지에 있는 테슬라 충전소에서 3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했는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낸 것이라는 게 현지 수사당국의 결론이다.
이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머스크에 대한 일부 미국인들의 반감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콜로라도주 덴버 북쪽 테슬라 딜러십 매장에서 방화를 시도하고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42세 여성이 붙잡혔다.
이 여성은 매장 외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나치’라고 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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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론 머스크가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한 후 마린 원 헬기에서 내려 'DOGE'(정부효율부)라고 적힌 셔츠를 과시하고 있다. 정부효율부는 미국 공무원의 대규모 감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머스크의 발언으로 테슬라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머스크가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며 이를 “독일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칭한 후 독일의 유권자들이 테슬라 대신 다른 전기차 브랜드의 구매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6일 발표된 현지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에서 지난달 전기차 등록 건수는 31% 증가했는데, 유독 테슬라는 75% 급감했다.
영국에선 ‘0에서 1939까지 3초 만에’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길거리에 나붙고 있다.
테슬라의 차량 성능을 빗댄 풍자다.
테슬라S 모델은 ‘0에서 시속 60마일까지’ 가속하는 데 2초가 걸리는데, 이를 비틀어 ‘0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까지 3초가 걸렸다’는 표현으로 나치식 경례를 하고,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머스크의 행동을 비꼰 것이다.
이 포스터에선 테슬라를 ‘스웨티시카(Swasticar)’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나치 기호로 사용한 ‘스와스티카(Swastika)’를 비틀은 표현이다.
이 문구와 포스터는 미국의 시위에서도 쓰이고 있다.
독일 축제에선 머스크를 나폴레옹에 빗댄 ‘나포일론’(Napo-Elon) 풍선 모형이 등장했다.
이런 반감이 장기적으로 테슬라 판매량이나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테슬라가 혁신과 진보의 상징 자리를 유지하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주가는 11일 현재 222.15달러로 전날보다 15.43% 떨어졌다.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가 실시된 지난해 12월18일의 주가인 488.54달러와 비교하면 65% 떨어졌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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