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회장과 잡음 여전…기업 이미지 쇄신 노력
기업 CI 리뉴얼 단행, 주총서 퇴직금 규정 변경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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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새로운 기업 로고(우측)와 슬로건을 공개하고 정기주주총회에서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을 예고하는 등 이전 경영진인 홍원식 전 회장 일가와 거리를 두면서 기업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우지수 기자] 남양유업이 홍원식 전 회장 일가의 흔적을 지우고 오너 리스크로 악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된 한앤컴퍼니는 오랫동안 사용해 온 기업 로고를 변경하고 기존 회사 규정들을 개편하면서 홍 전 회장 일가 지우기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지난 10일 기업 아이텐티티(CI)를 전면 리뉴얼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남양 로고를 대표 브랜드 '맛있는우유GT' 제품 로고에서 착안한 형태로 바꿨다. 슬로건은 '건강한 시작'으로 이름 지었다. 새로운 로고는 모든 제품 패키지를 비롯해 사업장, 유니폼, 사원증, 명함, 공식 디지털 플랫폼에 적용되면서 기존 로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전 회장의 아버지인 홍두영 창업자의 본관 남양 홍씨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경영진의 색채가 짙은 만큼 한앤컴퍼니가 회사를 인수한 뒤 기업명을 변경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CI 변경으로 이름은 유지하면서 이미지를 쇄신하기로 한 모양새다. 남양유업 측은 "소비자 신뢰 회복과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회장과 법정 분쟁을 치르고 있는 퇴직금 규정도 개편하기로 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443억5000만원 퇴직금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소송에 대해 조정 불성립을 결정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이로 인해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퇴직금을 둔 법정 공방이 예견된 상태다.
남양유업은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원들은 직급과 관계없이 연봉의 10%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도록 개정한다고 공시했다. 변경 전 지난 경영진으로부터 이어진 퇴직금 규정에 따르면 회장이 1년 근속할 때마다 월급의 7개월 치, 부회장은 3개월 치, 임원은 2개월 치를 퇴직금으로 지급받고 있다. 회장이 10년 근무할 경우 퇴직금은 월급의 70개월 분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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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홍원식 전 회장 일가로부터 남양유업 경영권을 양도받은 한앤컴퍼니는 경영 쇄신안 발표, 사내 준법 의식 강화를 위한 위원회 출범, ESG 경영 강화 등 이전 경영진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팩트 DB |
물의를 빚은 임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조항도 만든다. 신설 예정인 제6조를 살펴보면 '임원이 중대한 과실로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실추시키거나 손실을 초래한 경우 또는 임원관리규정 제9조 제3항에 따라 해임 또는 면직된 경우 이사회나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고려해 퇴직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개정 목적을 '퇴직금 지급 규정의 합리화, 실적과 능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 기준 마련'이라고 명시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이번 개정안이 홍 전 회장과의 외부 잡음을 종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힘을 주는 것은 주인이 바뀐 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홍 전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 홍 전 회장으로부터 남양유업 주식을 양도 받았고 같은해 3월 주주총회에서 홍 전 회장 일가를 밀어내고 새로운 경영진을 들였다.
다만 소비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남양유업 제품을 불매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13년 지역 대리점에 물건을 밀어내기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고 이후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투약 의혹, 과대 광고 등 사건으로 전 경영진 체제에서 생긴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남양유업은 기업 이미지를 전환시키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고강도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법조계·학계·경제계 전문가로 구성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선보였다. 직원들의 준법 의식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소비자들과 함께 기부 캠페인을 여는 등 ESG 경영도 강화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경영 쇄신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홍 전 회장과의 분쟁을 끝마치고 기업 이미지 쇄신까지 이뤄낼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10년 넘게 각인된 기업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경영진 노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고객을 조금씩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