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올해 자본시장연구원 예산을 아직도 집행하지 않았다.
부산국세청이 자본시장연구원 예산 집행 방식을 문제 삼으며 세금 추징에 나섰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예산을 집행할 경우 또 세금 추징을 당할 수 있다.
예산 편성을 못 하면 환수당하기 때문에 12월 말이 다 되어서 올해 예산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올해 4~7월 부산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세금 추징 요구를 받았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부산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추징 불복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자본시장연구원에 지급하는 협회비였다.
그 동안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연구원에 협회비를 지급하고, 이 비용을 손금산입으로 인정받았다.
손금산입이란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상 차이가 발생하는 소득처분금액을 세무조정으로 손금에 산입해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자본시장연구원에 지급하는 협회비를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 혜택을 받았다.

부산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에서 갑자기 이를 문제 삼으며 세금을 추징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부산국세청에서 자본시장연구원에 지출하는 비용은 협회비가 아니라 '비지정기부금' 처리가 맞다고 지적했다"며 "거래소는 협회비 처리가 올바르기 때문에 세금을 전부 제대로 냈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뿐만 아니라 금융투자협회 등 30여 곳이 자본시장연구원에 협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협회비를 예산으로 삼아 자본시장 연구를 전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세금 추징 요구를 받으면서 자본시장연구원은 아직도 올해 예산을 다 못 받는 셈이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국세청 세금 추징에 불복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므로, 협회비를 집행하면 또 세금 추징을 요구받을 수 있다"며 "지금 방안을 찾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산을 편성 못 하면 환수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12월 말까지 지켜본 뒤 예산 집행을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현재 연구원들의 급여 등은 문제없이 잘 지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부산국세청이 협회비 지출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 등 서울에 본사를 둔 기관들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국세청은 자본시장연구원에 지급하는 협회비에 대해 문제 안 된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국세청은 "세무조사와 관련된 사안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면서도 "협회비는 업무 기준에 부합하면 비용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업무와 무관하게 임의로 지급했다면 비용 처리를 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