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출 연체’ 우려 증폭
7월 기준 6만6000명… 3년새 25% ‘껑충’
10명 중 9명 “1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자”
대부분 생활고… 주식 투자 증가도 영향
개인회생 신청 비중 2년 새 6.5%P 늘어
전문가 “불황·고물가에 고용 불안 겹쳐
정책자금·신용보강 전방위 지원 필요”
#1.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A씨는 전세사기로 자취방 보증금 8000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학자금 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등 한순간에 1억원이 넘는 빚을 떠안게 됐다.
카드사가 추심절차에 들어가면서 A씨는 결국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2. 20대 B씨도 최근 경기 불황으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게 돼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월세를 내지 못한 그는 카드값까지 줄줄이 연체된 형편이다.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도 알아보고 있지만, 직장도 없는 데다 연체 이력 탓에 번번이 거절당한 채 배달 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 2023년 말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붙어 있다.
뉴시스 |
금융권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가 된 20대 청년이 늘고 있다.
20대 연체자 중 88%는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자로 나타났다.
이처럼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은 증가하고 있는데, 주식·가상자산 등 고위험 투자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난 것도 빈곤 요인으로 꼽힌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업권별 신용유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20대 신용유의자는 6만5887명으로 전체 연령대(59만2567명)의 11% 수준이었다.
20대 신용유의자는 2021년 12월 말(5만2580명)과 비교하면 2년7개월 만에 25.3%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특히 은행 부채로 신용유의자가 된 20대는 같은 기간 74%나 늘었다.
2021년 말 1만9370명에서 올해 7월 말 3만3610명으로 급증했다.
시스템 다변화에 따라 비금융기관을 통해 신용유의자가 된 20대 수도 24명에서 6833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대부업 빚을 진 20대 신용유의자는 9939명에서 5585명으로 줄었다.
신용유의자는 연체 기간이 정해진 기간(대출 만기 3개월 경과 또는 연체 6개월 경과 등)을 초과해 신용정보원에 등록된 연체자들이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 정지와 대출 이용 제한,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 관련 불이익을 받는다.
신용평가회사(CB)에 단기연체 정보가 등록된 연체자까지 합쳐 보면 20대 연체자 수는 7월 말 현재 7만3379명까지 늘어났다.
이 중 6만4624명(88%)은 1000만원 이하 연체자였다.
채무 금액이 소액인 점으로 비춰볼 때 대부분이 생활고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선택한 청년도 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20대 개인회생 신청자의 비율은 지난해까지 2년째 상승했다.
이들의 지난해 회생신청 사건은 3278건으로 전년(2255건)보다 45.3%나 늘었다.
특히 전체 회생신청 사건 중 20대 비율은 2021년 상반기 10.3%, 2022년 상반기 13.8%, 작년 상반기 16.8%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최근 가상화폐, 주식 등으로 20대의 경제활동 영역이 확대된 점이 개인회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는 “경기 불황과 고물가가 지속돼 고용시장까지 위축된 상황에서 생활비나 주거비 비중이 높은 20대의 불황형 대출이 늘어난 결과”라며 “이자비용이 많이 들고 돌려막기로 갚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탓에 결국 신용유의자로 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증하고 있는 청년층 신용유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이나 생활자금 대출 등 정책자금이나 신용 보강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갱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라며 “다만 주택담보대출 등은 주택금융이기 때문에 이쪽은 규제를 강하게 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승진·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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