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살아나면서 ‘블랙먼데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지수가 2.5% 넘게 급락했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세가 이어지는 추세를 볼때 이번주 증시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동안 잠잠했던 엔화까지 다시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제기 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등 대형 이벤트와 동시에 추석 연휴가 기다리고 있어 하락 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 코스피에는 다시 블랙먼데이 공포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한주 간 4.86% 하락한 2544.28을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2500선에 머물렀다.
이번 하락은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주축이 됐다.
외국인은 한주동안 코스피에서 1조892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은 1조1890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만 2조9573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1주일간 7.27% 하락한 6만8900원까지 내려왔고, SK하이닉스는 9.96% 하락한 15만6400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 6일 밤 발표된 8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시장예상치보다 부진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이번 주 경기침체 우려가 재점화 됐다는 것이다.
같은 날 나스닥 지수는 2.55%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73%,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는 1.01% 각각 하락해 블랙먼데이라 불렸던 지난달 5일 국내증시 급락 공포를 키웠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달러 당 142엔대까지 내려가면서 블랙먼데이의 한 원인이었던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엔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을 매수하는 것으로 엔화 강세가 이뤄지면 투자자들이 이를 청산하면서 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국내 증시 약세가 장기화 하면서 증시대기자금 규모는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3813억원으로 지난달 5일(59조4876억원)과 비교해 6조원 넘게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지난 5일 기준 17조8905억원으로 지난달 5일(19조2941억원) 대비 1조4000억원 감소했다.
증권가는 추석 이후까지 주식비중을 줄일 것을 추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있고 20일에는 일본중앙은행의 금융정책회의가 개최된다”며 “주식시장의 큰 이벤트들이 예정된 상황에서 추석연휴를 맞이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강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토론(10일), 아이폰16 공개(10일)가 글로벌 증시에 불안심리를 억누르고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도 있다”며 “대내적으로 코스피 상대적 약세를 야기했던 반도체 중심의 외국인 매도는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의 간판. 연합뉴스 |
◆ 당국 은행 가계부채 압박에 실수요자는 불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은행권이 전방위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에 이어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뿐 아니라 갈아타기용 주택담보대출까지 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뒤늦게 “은행 자율 관리” 방침을 밝혔지만, 당국간 엇박자에 혼란만 가중되고 근본 대책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0일부터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집이 한 채라도 있으면 이사 등의 갈아타기 용도의 대출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앞서 보험사 중 주담대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도 즉시 처분 조건부의 1주택자 갈아타기 대출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9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담대를 제한한다.
다만, 두 은행은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유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를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이모 씨는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를 준비 중이었는데 대출을 못받으면 가려던 곳에 집을 살 수가 없다”면서 “1주택자의 갈아타기까지 막으면 다주택자의 집만 사라는 말이냐”고 분노했다.
주요 은행 대부분이 최장 50년에 이르던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30년으로 줄인데다, 생활자금용 주담대 중단,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전방위로 대출을 조이면서 대출 한도도 크게 줄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이 연초 당국에 관리하겠다고 제출한 (대출) 목표치를 상반기에 이미 초과했다”며 “당국에서 올해 늘어난 (대출 총액) 만큼 내년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더 하향해서 타이트하게 관리하라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규 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제각각 대출 제한 방침에 대출수요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엇박자가 혼선을 더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한 데 더해 수도권 주담대의 스트레스 금리를 더 높게 적용했는데도 가계대출 급증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신용대출과 카드론 한도를 줄이는 등 추가 규제를 내놓을 방침이다.
나아가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핀셋 규제나 내년 하반기로 미룬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등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만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담대의 가장 큰 비중은 주택 구입용 대출인데 지금 나오는 대책들은 다 주변부를 조이는 규제여서 한계가 있다”면서 “당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맞추려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SR 규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에 조기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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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상차림 비용 작년보다 1.6% 더 들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작년보다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성수품 중 과일과 한우 가격은 지난해보다 쌌지만, 조기·배추·무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평균 20만9494원으로 작년보다 1.6% 더 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이달 6일 전국 23개 지역의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4인 가족 기준 24개 품목을 조사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추석 성수품 중 사과 등 과일 가격은 내렸지만, 배추 등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aT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사과(홍로·상품) 중도매 가격은 10㎏에 7만7980원으로 1년 전보다 4.2% 내렸고, 배는 15㎏에 6만4760원으로 8.3% 올랐다.
이는 중도매인 상회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기준으로, 정부의 할인 지원 등은 적용되지 않았다.
대형마트 농할 쿠폰 적용 등을 감안하면 사과와 배는 작년보다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우 도매가격도 1㎏당 1만8379원으로 1년 전(1만9244원)보다 4.5% 하락했다.
다만 배추와 무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배추(상품) 중도매 가격은 10㎏에 2만7820원으로 94.6% 비쌌다.
무(상품) 중도매 가격 역시 20㎏에 2만8800원으로 58.6% 올랐다.
수온 상승 여파로 조기 1마리 소매가는 1797원으로 33.3% 올랐고, 오징어(냉동·중) 도매가는 1㎏에 1만4240원으로 33.4% 비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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