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에 티메프 사태 겹쳐
중동전쟁 땐 유가 상승… 성장률 타격
부동산 시장 회복에 가계부채 급증
美보다 먼저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와 함께 중동, 일본 등에서 ‘글로벌 다중악재’가 몰아치면서 재정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까지 터져 내수 부진 심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대외발 충격까지 ‘이중고’를 겪게 돼서다.
세수 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쓸 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 | 사진=AFP연합뉴스 |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2분기 소매판매는 작년보다 2.9% 감소하며,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1.3%, 건설기성(불변)은 2.4% 감소하는 등 투자도 부진한 모습이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내수 경기가 쉽사리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티몬·위메프 사태도 소비 심리를 한층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1일 기준 2783억원이다.
정부는 미정산 금액이 최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대미 수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 호황이 이어지면서 대미 수출액은 지난달(101억8000만달러)까지 12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다.
한국 경제는 1분기 1.3% 깜짝 성장한 뒤 2분기엔 역성장(-0.2%)했다.
미국 경기 침체와 함께 엔화 강세, 중동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까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하반기 경제 성장률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마땅치 않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가 예상되면서 경기의 버팀목격인 정부재정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9조9800억원(5.6%) 감소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정부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22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주목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개월째 한은의 목표치(2%)보다 조금 높은 2%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검토’를 시사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 때문에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세대 김정식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경제가 침체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국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환율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으므로 환율을 안정시키고 대미 수출 감소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현재 국내 경제는 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 재정을 푸는 방향의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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