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해외에 'K-신도시'를 수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정부가 나선다.
국토교통부와 유관 기관들이 직접 신도시 사업을 발굴하고 도시기반시설을 마련해, 민간 건설사들의 투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6월 한-베트남 정상 순방 당시 협력과제로 꼽혔던 베트남 동남신도시 개발사업이 도시 수출 1호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K-신도시 수출 정책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체질 개선 계획도 담겼다.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그동안 건설사들은 단순 도급 형태로 해외수주 실적을 쌓아왔다"며 "앞으로는 건설 수주 시 사업 기획과 개발, 금융 조달과 시공, 운영,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투자개발사업을 펼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표는 해외건설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2030년까지 투자개발사업 수주 100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중 도급사업은 95%, 투자개발사업은 5%를 차지했다.
국토부는 목표가 실현되면 투자개발사업 비중이 15~2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
'K-신도시' 수출 사업은 이런 투자개발사업의 대표적인 예다.
관련해서는 베트남 하노이 근교의 박닌성 일원에 11만명이 사는 도시개발 사업 수주가 유력하다.
올해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고, 내년에 입찰이 진행된다.
국토부는 장기간 대규모로 이뤄지는 도시개발사업 특성을 고려해 중장기 지원을 추진한다.
김 국장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뛰어들어 먼저 사업을 발굴하고, 민간 건설기업이 지분투자와 시공 수주를 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도시 수출 사업은 20년 이상 오래 걸리고,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다"며 "정부는 무상 정부개발원조(ODA)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연계해 K-신도시 수출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신도시 주변의 도로나 상하수도, 전력망처럼 전체 프로젝트에서 상업성이 없는 부분은 해당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을 빌려 써서 짓도록 하거나, 우리나라 원조 차원에서 제공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신도시 수출 프로젝트의 기반이 마련되고, 신도시 내 주택단지, 산업단지, 상업시설 건설은 국내 건설사들이 투자·개발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국토부는 K-신도시 외에도 발전소·철도·공항·도로 등 다른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개발사업 수주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역할이 커진다.
해외에서 국내 기업이 원하는 프로젝트가 수월하게 사업화되도록 아예 KIND가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지분투자 한도를 30%에서 50%까지 상향하고, KIND가 대주주가 되는 것도 허용한다.
KIND 투자요건도 원래 수주금액만 보고 결정했는데, 앞으로는 기자재나 차량 등을 포함해 유관 산업의 동반 진출 효과까지 고려하도록 완화했다.
KIND뿐 아니라 철도공사, 도로공사, 공항공사, 토지주택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들도 민관합동 진출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이들이 선도투자자로 나서 민간기업들의 사업 기회를 확보해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카자흐스탄 최대도시인 알마티시 외곽을 연결하는 순환도로 사업을 SK에코플랜트와 한국도로공사, 튀르키예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작년 6월 개통된 이후,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지분 40%를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운영·관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민관이 협력해 성공한 투자개발사업 사례로 들었다.
투자개발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2단계 펀드'도 만든다.
김 국장은 "2019년부터 PIS 펀드 1단계를 조성해 운영하는 중"이라며 "지금까지 미국, 사우디,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21개 사업에 1조1000억원 투자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투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후속 수주 효과를 창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속해서 투자성과는 내기 위해 올해부터 2단계 펀드 조성에 착수한다"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출자해 44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만들고, 내년부터 6600억원 민간투자를 더 해 총 1조1000억원 규모까지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금으로 우리 기업의 신규계약뿐만 아니라, 이미 투자한 사업의 지분까지 인수해 지원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플랜트·건설·인프라 간 투자 할당 칸막이도 없애 기업이 선호하는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가 리스크 관리까지 해준다.
김 국장은 "투자개발사업은 도급과 달리 국가 상황에 따라 자금 회수가 불확실한 경우가 존재해, KIND와 해외건설협회가 공동으로 '리스크관리 전담 창구'를 운영해 사업 검토를 해줄 것"이라며 "핵심 전략사업에서는 공공기관이 참여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자개발은행과 공동참여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KIND를 포함해 우리나라 공공기관이 검토 중인 투자개발 전략 프로젝트 후보는 9억 달러 규모의 방글라데시 교량 사업, 4200만달러 규모의 라오스 공항 개선 사업 등이 있다.
김 국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는 2년 전부터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300억 달러 정체를 돌파할 추동력이 필요하다"며 "단순 도급 시장은 중국과 경쟁하며 수주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업 결정권을 가지고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투자개발사업 비중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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