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상승세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 개선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흐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며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양국의 분절화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경기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韓 경제성장 견인"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최근 반도체 경기 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경기 상승국면이 2016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로 시작된 반도체 상승기와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2010년 이후 반도체 경기 상승국면은 스마트폰 수요 확대가 촉발한 2013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이 시작된 2016년, 코로나 비대면 활동 증가가 불러온 2020년 등 크게 세 차례가 있었다.
세 차례 모두 반도체 수요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및 공급이 큰 폭으로 확대되다가 추가 수요 약화로 인한 공급 과잉이 나타나면서 하락국면으로 전환되는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3번의 상승기는 모두 2년가량 지속됐지만 상승폭은 수요 확산이 다양한 부문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더 컸다.
반도체 매출 증가폭을 놓고 보면 스마트폰 수요 확대에 국한됐던 2013년보다 클라우드 서버와 가상자산 확산이 나타났던 2016년과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활동 증가로 모바일과 PC 등 전반적인 정보통신제품 수요가 증가했던 2020년이 더 컸다.
보고서는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이 AI 서버는 물론 일반 서버와 모바일, PC 등 여타부문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상승국면이 2016년과 비슷할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최영우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반도체 수요가 AI 서버에서 향후 다른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공급 확대도 제약됐다"며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되며, 더 길어질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상승기에 국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흐름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반도체 생산을 위한 설비 및 건설투자, 데이터센터 건설투자 등도 국내 경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G2, 내수 중심 성장 이어갈 것…韓 수출에 긍정적"
한은은 이날 또 '최근 G2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정부의 재정·산업정책 등에 힘입어 내수 중심의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올해 1분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고금리 상황에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는데,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1.6%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3.4%)와 비교해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양호한 고용상황과 견조한 소비, 설비투자 증가 전환으로 내수 중심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기도 제조업 및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투자와 함께 수출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경기와 소비 부진을 만회해 1분기 GDP가 5.3%로 깜짝 성장했다.
최근 양국의 성장은 정부의 재정부양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학자금대출 탕감, 가계로의 이전지출 확대 등으로 민간소비 지원을 강화했다.
중국에선 재정지출 여력이 부족한 지방정부를 대신해 중앙정부가 SOC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노후 설비를 교체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구환신' 정책으로 소비와 투자 회복을 추진 중이다.
미·중 갈등과 첨단 산업 경쟁 심화로 산업 정책을 통한 투자가 활발해진 점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SA) 등을 통해 전략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도 과거부터 국내 수출기업에 자금지원과 함께 암묵적으로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미국은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수출 확대로 내수 부진을 만회하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중국은 그간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로 미국과 무역마찰을 야기했다.
이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관세를 부과하거나 비자를 제한하는 등 무역분쟁을 본격화했다.
중국이 과잉생산 저가 전략, 우회 수출로 수출물량을 늘리자 무역규제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병재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차장은 "미국과 중국의 투자 확대는 우리나라의 자본재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는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상품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단기적 시계에서 이들의 성장은 우리나라 수출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양국 간 분절화가 각국에서 자국 내 생산 의존도를 높이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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