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시중에는 CJ올리브영이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으로 6000억원대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
그러자 재계에서는 “CJ가 정부에 ‘괴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연 매출 3조원대의 CJ올리브영에 6000억원대 과징금은 ‘기업 죽이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연 소문대로 과징금이 부과됐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올리브영에 대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납품업체에 대한 통지명령 포함)을 내렸다.
경쟁사 행사 참여를 막고 싼값에 물품을 납품받아 차액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 서울 중구 명동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에 시민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6000억 과징금’설이 돌던 CJ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만했다.
CJ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소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는데, 18억원대 과징금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당시 CJ ‘대관팀’은 경영진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 관계 리스크를 관리하는 팀에서 대응을 잘 해서 과징금 규모가 줄어든 것일까.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19일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나올 사안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관련 업계나 증권사에서 말도 안되는 소문을 내고 본사 해당팀에서는 마치 큰 일을 해낸 것처럼 꾸미는 성과주의가 재계에서는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4.10 총선 이후 일부 기업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정부에서 급성장한 H그룹에 대한 사정설이다.
H그룹이 표적이 된 이유는 뭘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경남 진주시을)이 지난 2022년 국토교통부와 LH로부터 제출받은 ‘LH공공택지 벌떼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기간(2017~2021년) H그룹 등 5개 건설사는 일명 ‘벌떼입찰’로 총 178필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H그룹 5개 사가 문재인 정부기간 동안 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를 싹쓸이 한 것이다.
이 덕분에 H그룹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14년 15위에서 11위로 올라 10대 건설사를 넘볼 수 있게 됐다.
H그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H그룹이 사정기관의 수사에 대비해 이미 관련 조직을 꾸리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현재로선 H그룹이 사정기관의 표적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소문 역시 확인안된 ‘지라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에도 시중에는 S그룹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
S그룹 관계자는 “정권초기에는 지라시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후폭풍에 대비했다”고 회고했다.
S그룹이 전사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에 혼신의 노력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S그룹에 대한 수사 흔적은 없다.
CJ 사례 처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헛소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 출범 초기 돌던 지라시 내용은 마치 기업을 뒤흔들만한 메가톤급 이었다”며 “지라시가 사실상 허위로 드러나면서 관련팀은 내부적으로 일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의 중간에서 연결 고리를 하는 일부 관련팀들이 시장을 어지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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