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기차 공급망 줄 세우는 美...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아주경제 기사제공: 2022-08-14 07:00:00
중국의 전기차 성장세가 무섭다.
전기차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자국 기업들의 노골적인 밀어주기로 나타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애국 구매 심리까지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비야디(BYD)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합산 기준 64만7000대를 판매해 미국 테슬라(57만5000대)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CATL과 BYD가 각각 34%, 12%의 점유율로 1,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외 배터리 시장에서의 판매량 순위를 보면 CATL은 3위로, BYD는 10위로 주저앉는다.
중국 기업의 내수 시장 집중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전기차·배터리 업계에서는 중국이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공급망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 상원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이에 대한 맞불 조치로 해석된다.
해당 법안은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나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미국의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은 자국 산업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미국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벌어진 이후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물류난 등 위급 상황에서도 공급망을 쥐고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미국이 전기차 산업에서도 이른바 ‘공급망 줄 세우기’에 나서자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자국 경제·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쏟아내면서 국내 기업들이 크게 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140% 증가한 4966대의 전기차를 파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정부의 제동 움직임이 뼈 아플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을 달리 인식하면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큰 판’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을 더욱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으면서 잠재적 위협을 일찌감치 제거할 수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앞세워 미국에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일부 성공했지만, 중국 전기차가 배터리 안정성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강조한다면 향후 미국 시장 경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산 전기차가 급부상하기 전에 시장 우위를 확실히 다지는 등 지금보다 판매 전략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 바 있다.
이러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제거됐다.
상황을 미리 예측한 것은 아니겠지만 인프라 투자 계획도 시기가 적절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2025년까지 6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몽고메리 공장의 전기차 생산시설 증설에 3억 달러(약 3900억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단순히 물건을 잘 만들어 잘 팔기만 했던 과거의 제조업과는 다른 세상이다.
국제 정세까지 파악하는 등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해 기업으로서는 머리가 참 아플 수밖에 없다.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이해득실 계산을 통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려가며 험한 시기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장문기 기자]


아주경제=장문기 기자 mkm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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