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딸깍발이] 짜장면 애호가의 고백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1-14 12:00:00

짜장이냐, 짬뽕이냐. 어쩌면 우리네 현대인들에게 ‘햄릿’의 고민보다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짬짜면이란 절충안이 있긴 하지만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의 저자 박찬일은 "짜장면은 세상 모든 음식 앞에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며 짜장 예찬론을 펼친다.


"볶음, 마이야르 반응, 발효, 아미노산, 캐러멜라이징, 혈당... 굳이 더한다면 기다림." 짜장이 맛있는 이유다.
저자는 "짜장면교의 오랜 신도였다"며 "가정 상비용 인스턴트 제품의 등장에도 나는 배교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저자와 짜장면의 인연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누군가는 말했다.
가장 맛있는 짜장면은 당구장에서 먹는 짜장면이라고. 청소년 시기 학교를 자주 걸렀던 저자는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로 무료함을 달랬다.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짜장면. 내기 당구에서 지면 게임비와 짜장면값까지 함께 물어야 하는 룰이었다.
"운명의 승부를 앞둔 순간, 시간을 지체하면 야유"를 받았지만, "짜장면을 흡입하고 있으면 봐줬"다.
"불면 못 먹게 되니까. 불어버린 짜장면은 치욕이니까"


돈 없는 시절 최후의 패자가 되면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가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당구장 아저씨는 교무실로 찾아와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갔다.
혼났느냐고? 아니다.
오히려 담임선생님은 "중국집 사장님이 다녀가셨다"며 "배가 고프면 전화해라"며 측은해 하셨다.
당구장 아저씨는 "수금에도 법도가 있어. 인마"란 말을 남기셨다.


저자는 "이제 짜장면은 얼추 망가졌다"고 우려한다.
배달도 그중 하나. 배달 권역이 넓어지면서 짜장면이 붇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소다’(탄산나트륨)을 넣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탄력이 살다보니 "질기다 못해 고무줄" 같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집의 4대천왕은 짜장면, 짬뽕, 덴푸라, 잡채였다.
덴푸라는 튀김이란 뜻의 일본어인데, "탕수육처럼 소스를 끼얹지 않고 양념한 반죽 옷을 입힌 튀김"을 지칭한다.
그때는 이걸 간장과 빙초산에 찍어 먹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잡채는 중국집 ‘요리’였다.
"잡채의 주 재료인 당면은 화교들이 주로 경영하는 식품점이나 중국집에 납품되던 품목"이었다.


‘짱개.’ 짜장면을 지칭하기도 하고 중국인을 혐오할 때 사용하는 표현. 이 표현의 어원은 장궤(掌櫃)다.
장궤는 돈 통, 더 나아가 돈을 관리하는 지배인이나 사장을 의미한다.
본래 "중국집의 경영인을 일컫는 좋은 말이었는데 비하 용어로 바뀌어버렸다.
"


짜장은 "1882년 임오군란 때문에 청나라 사람과 함께 한반도에 등장"했다.
짜장의 원재료가 되는 춘장은 첨면장이란 산둥식 된장을 뜻하는데, 봄춘(春)자가 아니다.
한국에서 춘장(春醬)이라고 표기하기도 하지만, "한중 양국의 어떤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 짜장면의 시초는 "인천 노점상에서 면을 칼국수처럼 썰고 거기에 끓인 장을 얹어 패스트푸드로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팔던 것"이라고 본다.
다만 중국과 한국의 짜장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가 먹는 짜장은 양파, 호박, 배추, 무, 감자 같은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반면 베이징식 ‘정통’은 "돼지고기와 춘장을 기름에 볶아 양념하는 게 전부"다.
간혹 오이를 넣기도 했는데, 과거 중국에선 여름 별식으로 사랑받았다.
이게 국내에 유입되면서 사계절 음식으로 변모했고, 과거 제철 채소만 구할 수 있었던 시기 오이 대신 비슷한 색깔의 완두콩을 올린 것이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닌지 저자는 추측한다.


저자는 오이를 매우 중시한다.
그에게 오이는 음식의 가늠자다.
"프로답게 하늘하늘, 아삭아삭 똑같은 크기로 잘 썬 오이를 얹은 짜장면을 먹으면 아주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오이를 잘 올리면 무슨 요리든 잘하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까짓 오이 좀 안 올리면 어때, 일손도 없는데 대충 썰어서 올리면 어때. 그런 마음 대신 정성껏 가늘게 채 썬 오이를 짜장면 위에 올리는 마음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은가"라고 되묻는다.



저자는 자칭 짜장면 추적단이다.
맛있는 짜장을 찾아 전국 팔도, 전 세계를 탐방한다.
맛있는 집을 찾아 부산까지 걸음하고, 그 집이 없어질 처지에 놓이자 기념하기 위해 주인에게 가게 루패(명패)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는 적극성을 보인다.
그런 그가 자주 찾는 건 이연복 셰프의 중식당 ‘목란’. 이 셰프는 "내가 해주는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박찬일"이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 책을 보니 (저자가) 짜장면을 직접 만들던데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닌 건 아닌 거다.
짜장면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와서 먹기나 해라. 박찬일"이라고 권면(?) 했다.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 박찬일 지음 | 세미콜론 | 1만12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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