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들, 장미빛 미래만 전망
생성형 AI·데이터센터 증설 경쟁
전력 수요 엄청나 기후변화 재촉
아일랜드, 총 발전량의 20% 잠식
재생에너지 비중 약한 韓도 악영향
“AI 기술 혁신 ‘절제와 규제’ 필요”
AI와 기후의 미래/ 김병권/ 착한책가게/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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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전환은 기업, 정부, 사회 전반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의미한다.
생태전환은 기존의 산업 중심, 성장 중심의 사회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공존, 지속가능성, 기후 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사회·경제·기술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전환이란 거대한 물결이 현재 삶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생태전환이라는 문명 수준의 변화가 미래 삶을 규정하려는 상황에 놓여 있다.
2020년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선 그린뉴딜’과 2023년 ‘기후를 위한 경제학’을 출간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과정에서 인공지능(AI)의 영향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저자는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의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생태경제학적 측면에서 AI와 기후위기의 상관성에 주목한다.
대다수가 AI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AI가 기후위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파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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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착한책가게/ 2만8000원 |
최근에는 AI가 203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5~10%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회복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의 보고서들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디지털과 AI 혁신이 오히려 지구와 기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AI의 생태적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2022년 말 등장한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폭증이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지면서 AI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급팽창하는 데이터센터는 규모가 클 경우 100MW 이상의 전력 용량을 요구하는데, 이를 위한 연간 전력 소비량이 전기자동차 약 35만~40만대에 필요한 전력과 맞먹는다.
아일랜드는 자국에 유치한 데이터센터가 2024년 기준 전체 국가 전력 소비량의 20%를 잡아먹을 정도였고, 2026년에는 전체 전력 수요의 32%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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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기후의 미래’ 저자는 인공지능(AI)이 기후재난을 막고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돕는 순기능에 열광하면서도 막대한 컴퓨터 자원과 에너지 소모로 오히려 기후변화를 제촉하는 역기능에 별로 주목하지 않는 세태를 꼬집으며 “AI의 무제한 허용이 아니라 절제와 규제가 함께하는 통합적인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2023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153개 데이터센터가 있다.
이를 가동하기 위해 1GW급 대형 발전소 2기 이상의 발전용량을 데이터센터에 내주고 있다.
갈수록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 막대한 추가 전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2023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9.2%밖에 안 되는 한국의 경우 전력 수요 증가는 더 많은 석탄과 가스 발전의 수요로 연결되고 이는 곧바로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추세가 확대된다면 기후위기 최대 주범이 AI와 이를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저자는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들이 대규모 테이터센터 투자 경쟁에 돌입해 AI로 인한 전력 수요는 한층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의 효율성이 크게 상승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효율이 높아져 비용이 낮아질수록 전체 사용량은 증가한다는 ‘리바운드 효과’(일명 제본스의 역설) 앞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가 AI의 순기능에만 열광하는 사이에 기후 변화를 재촉하는 커다란 역기능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AI가 기후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기후 분야에서라도 AI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며, 여기서 말하는 절제는 ‘기후 한계 안의 AI라는 새로운 좌표’라고 강조한다.
“AI와 기후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AI가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AI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 윤리적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다.
”
이 책은 기후위기와 생태전환 논의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AI 기술을 정면으로 다룬 점에서 이채롭다.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에서 우리 사회와 지구를 위한 바람직한 AI 혁신 방향을 생각하게 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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