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유명한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글은 대부분 정체성에 대한 고찰이 들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같은 정체성을 묻는 말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 제기된다고 했다.
위기가 아니라면 굳이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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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어크로스/ 1만8800원 |
이제 한국을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
한국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숙고할 때가 왔다.
한국을 이해할 언어를 새롭게 발명할 때가 왔다.
”
저자는 한국의 과거에서 단군신화, 삼국시대, 일제강점기 등의 역사를 다른 각도로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단군신화는 외부(하늘)의 존재가 이주해 와서 정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외부에 의해 정복된 민족의 기억일 수도,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신의 권위를 끌어온 정치적 서사일 수도 있다.
일찌감치 한국의 정체성에는 이주, 식민, 제국의 시선이 드리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민주주의, 시민사회, 대학, 청년 등 현실의 문제점도 짚는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념적 선언이 아니라 일상과 정치를 다시 연결하고, 고통과 공동체를 재해석할 수 있는 감수성을 회복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현실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에 가깝다.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과 대화의 메시지다.
답이 보이지 않을수록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최근 몇 개월간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였고, 앞으로도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대의 분기점에서 저자는 다시 “한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