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음악은 항상 문제로 시작한다.
특히 1악장에 항상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너무 후련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어떤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그래서 베토벤이 천재라고 생각한다.
"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베토벤 음악의 매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3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CD 9장에 담았다.
음반은 지난달 28일 유니버설뮤직의 데카 레이블로 발매됐다.
2일 대구에서 기념 독주회를 마쳤고 오는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가 예정돼 있다.

최희연은 2002년 금호아트홀에서 4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사이클)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렸다.
최희연은 당시 사이클 연주에 대해 행운이었다고 했다.
"사이클은 금호문화재단의 제안 덕분이었다.
정말 뜻대로 안 되는 음악이 베토벤이다.
그래서 아마 (제안이 없이) 낸 의지만으로는 사이클을 하지 못했을것 같다.
"
사이클 연주에 4년, 그리고 전곡 녹음에는 그보다 더 긴 시간이 걸렸다.
피아노 소나타 첫 녹음은 2015년 시작했다.
마지막 녹음은 2023년 3월이었지만 후반 작업까지 더해 음반으로 발매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최희연은 2015년 녹음을 마음먹기까지도 1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내 목소리를 찾은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서 녹음을 시작했는데, 처음 녹음을 끝내고 나 아직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렇게 주저하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역작을 완성했다.
그는 "작곡가들이 작품을 만들고 나면 그 악보를 시체처럼 바라본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제는 어떻게 바꿀 수도 없고 (음반을) 시체처럼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10년의 긴 여정 동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앨범을 별도로 두 장 발매했다.
2019년에 데카 레이블로 낸 첫 번째 베토벤 소나타 앨범에 18번, 26번, 27번, 30번을 수록했고 2021년 두 번째 앨범에 17번 '템페스트', 21번 '발트슈타인', 23번 '열정'을 담았다.
이번 전곡집에는 앞선 두개의 앨범에 수록된 곡의 리마스터링 음원을 포함했다.
독일 레코딩의 명소인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했고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연주했다.
최희연은 뵈젠도르퍼 피아노에 대해 수제 피아노여서 개인차가 있지만 자신에게는 환상적이었다고 했다.
"마음을 빼앗긴 가장 큰 이유는 칸타빌레 사운드가 굉장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음이 지속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고, 그 음색이 배토벤 음악을, 비엔나 음악을 치기에 가장 적합했다.
"

오는 10일 독주회에서는 21번 발트슈타인과 후기 소나타 30~32번 네 곡을 연주한다.
후기 소나타 세 곡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최근에 가장 친밀하게 느끼는 곡들"이라고 했다.
발트슈타인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지만 베토벤과 후원자였던 발트슈타인 백작의 이야기가 감동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발트슈타인 백작은 베토벤의 초기 후원자다.
베토벤은 10대 시절부터 발트슈타인 백작의 후원을 받았고 피아노 소나타 21번을 작곡했을 때에는 백작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았지만 그에게 곡을 헌정했다.
"베토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이 곡을 작곡했는지 느낄 수 있다.
옛 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
최희연은 발트슈타인을 연주하면서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고마웠던 많은 분들을 떠올린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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