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병 소식에 세계인이 쾌유를 기도하는 프란치스코(88) 교황 자서전이 교황 즉위 12주년을 맞은 13일 국내에 출간됐다.
“마침내 저희 가족은 떠났습니다”라며 조부모 시절 이탈리아 제노바 항구에서 아르헨티나로 떠난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년간 직접 집필한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교황 자서전이다.
이 책은 원래 교황 사후에 세상 빛을 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5년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로 한 가톨릭 교회의 희년을 맞아 시대 요청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출간이 결정됐다.
교황 부모 세대가 겪은 전쟁의 아픔을 비롯해 유년기의 다양한 경험이 소개된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는 젊은 시절의 고민, 사제 성소를 식별하고 예수회 공동체에서 열정적으로 사목 활동을 했던 일들, 교황 선출 직전의 비하인드 스토리,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선택한 이유와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살게 된 배경, 교황 재임 중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노력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교황이 되기까지 개인적 여정을 다루는 과정에서, 특히 젊은 시절 했던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반성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들도 수록돼 보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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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카를로 무쏘/ 이재협 외 3인 옮김/ 가톨릭출판사/ 3만4000원 |
당시 콘클라베에는 전 세계에서 115명의 추기경이 소집됐다.
누군가 교황이 되려면 추기경 115명 중 3분의 2 이상인 77표를 얻어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네 번째 투표에서 69표를 얻었을 때 자신의 운명이 결정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다섯 번째 투표에서) 내 이름이 77번째로 불렸을 때,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며 “결국 몇 표를 얻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더는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기경들의) 목소리가 심사위원의 목소리를 덮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령과 무릎·허리 통증 탓에 휠체어를 자주 이용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꾸준히 제기된 건강 이상설과 자진 퇴임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건강하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늙었을 뿐”이라며 “교회는 다리가 아니라 머리와 마음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죽음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담백한 목소리로 입장을 밝혔다.
“저는 제 죽음에 대해 아주 현실적인 태도가 있습니다.
(…) 때가 되면 저는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성모 대성전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 품위는 지키되, 다른 그리스도인들처럼 소박하게 치르고 싶습니다.
”
교황이 자서전에서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온유한 사랑의 힘이다.
“온유한 사랑은 결코 나약함이 아닙니다.
진정한 힘입니다.
우리도 온유한 사랑으로, 또 용기로 이 싸움을 이어 갑시다.
여러분도 이 길을 걸어가십시오. 온유한 사랑과 용기로 이 싸움에 동참하십시오. 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
”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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