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을 거쳐 보물로 지정된 사실이 드러난 '대명률(大明律)'이 자격을 박탈당한다.
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에서 보물 지정을 취소하기 위한 행정처분 취소 계획을 논의해 가결했다.
관계자는 "(보물)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돼 따르는 후속 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명률'은 조선 시대 형법의 근간의 되는 자료다.
명나라의 형률(刑律·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 체계) 서적으로, 1389년에 간행됐다고 추정된다.
국내외에 전해 내려온 책이 없다고 알려져 희귀하다.
이 서적은 보물로 지정된 지 4개월여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북부경찰청(당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2016년 전국 사찰,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장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명률'은 2011년 도난으로 신고된 상태였다.
당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한 사립 박물관장은 2012년 장물을 취급하는 업자에게 1500만원을 주고 사들인 뒤 보물 지정을 신청했다.
입수 과정에 대해선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 속였다고 전해진다.
장물을 사들인 사실이 들통나면서 그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국가유산청은 법원 판결이 나온 뒤 후속 조치를 고심해왔다.
보물 지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행정기본법'을 근거로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국보나 보물 같은 국가지정유산을 취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계자는 "문화유산의 가치가 달라지거나 상실했다고 판단돼 해제한 사례는 있으나, 국보나 보물급 문화유산 지정 취소 결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물 지정 과정에서 유물 입수 경위와 소유 사실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국보나 보물은 소유자가 신청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자료를 갖춰 국가유산청에 보고한 뒤 시·도문화유산위원회와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대명률'도 2013년 경북 영천시를 통해 보물 지정을 신청했고, 경북도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
그 뒤 관계 전문가 세 명 이상의 조사를 거쳐 문화유산위원회 관문을 통과했다.
현재 '대명률'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보물 지정 취소 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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